국내 증시를 비롯한 글로벌 주가지수는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금리가 올랐기 때문이다.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올초 연 0.9%대에서 최근 연 1.6~1.7%로 상승했다. 장기 금리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주식에 투자할 매력이 줄어든다.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음에도 대체자산인 금 가격이 내려가는 모순도 나타나고 있다. 암호화폐 값이 올라가고, ‘비대면 경제’로의 전환 속도는 빨라졌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세계적인 화두로 떠오르는 등 투자자들이 머릿속에 넣어둬야 할 변수가 많아진 것이다. 신한, 우리, 농협은행 등 대형 은행 세 곳의 대표 프라이빗뱅커(PB)들에게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 취해야 할 투자 전략에 대해 들어봤다.
다만 최 팀장은 “경기 회복이 가시화할 내년 상반기 이후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는데 시장이 이를 빠르게 반영해 나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기준금리가 당장 오르지 않아도 금리가 뛰고 자산시장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 또한 ‘예상 가능한 수준’에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기적인 인플레이션이 발행하겠지만,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바닥까지 떨어진 경기가 회복되면서 나타나는 기저효과일 뿐 길게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는 의미다. 조현수 우리은행 양재남금융센터 PB팀장은 “상반기 시장에 영향을 끼칠 인플레이션 압력이 하반기로 갈수록 줄어들 것”이라며 “물가상승률로 미국은 연 2.3% 정도를, 한국은 연 1% 후반에서 연 2% 미만을 예상한다”고 했다.
조현수 팀장은 “1분기에 중국의 기업 성장률은 분기 기준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며 “펀더멘털 개선에 따라 지수가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반면 최홍석 팀장은 “금리 인상 움직임은 자본 흐름의 논리상 신흥국 증시에 부정적 효과를 가져다 준다”고 했다. 경기 회복기에 세계의 돈이 선진국으로 몰릴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기업들의 이익률이 올라가면 지난해 상승장에서 성장주에 비해 저평가된 가치주의 가격이 더 크게 뛰리라고 예상한다. 경기 회복기엔 원유 선물 투자 등 ‘실물’의 매력도도 올라간다.
금 투자에 대한 견해는 엇갈렸다. 김형리 전문위원은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서 금의 필요성이 부각돼 가격이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최홍석 팀장은 “금리 인상과 경기 반등은 귀금속류에 투자자의 선호를 떨어뜨린다”고 했다. 일부 단기채와 글로벌 하이일드채권을 제외한 채권 및 부동산 시장에 대해선 세 전문가 모두 “다소 전망이 어둡다”고 했다.
김형리 자문위원은 “혁신과 고부가가치 소비를 창출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글로벌 1등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며 “새로운 기회이자 트렌드로 진화한 ESG펀드도 담을 만하다”고 말했다. 목표 수익률로는 연 5%를 제시했다. 그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억눌렸던 서비스 수요가 폭발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재정적자 및 공공부채 비율이 크게 늘어난 몇몇 국가를 조심하면서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현수 팀장은 ‘글로벌 혁신기업 ESG펀드’와 ‘아시아컨슈머펀드’를 추천했다. 그는 “단기적 관점에서 주식은 배당주와 금융주를 주로 담고, 채권은 장기물과 신흥국 비중을 줄이고 단기 하이일드로 갈아타는 포트폴리오 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대훈/오현아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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