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에서 지난 1일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27일 하루 동안 어린이를 비롯해 민간인 110명 이상이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미얀마 전역 40개 도시에서 군경에 의해 숨진 시민은 114명이다. 쿠데타 이후 가장 많은 하루 사망자가 나왔다. 미얀마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쿠데타 규탄 시위를 벌이다 사망한 이들의 누적 인원이 429명이라고 보도했다.
이날은 미얀마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중 자국을 점령한 일본군에 맞서 무장 저항에 나선 것을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이다. 시민들은 1962년 군부가 쿠데타로 집권한 이후 군부가 붙인 ‘미얀마군의 날’ 명칭 대신 원래 이름인 ‘저항의 날’을 외치며 거리 시위에 나섰다.
군부는 이날 새벽부터 실탄과 고무탄 등을 발사하며 시위대를 진압했다.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시민에게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최대 도시 양곤의 메이크틸라에선 보안군이 시위대를 찾겠다며 주택가에서 실탄을 쏴 집에 있던 13세 소녀 등 민간인 4명이 사망했다.
현지 SNS에는 군경이 행인과 오토바이, 차를 향해 총을 쏘는 영상이 여럿 올라왔다. 이라와디에 따르면 양곤에선 식수를 배달하던 배달원과 길을 걷던 시민 등도 머리와 배에 총을 맞아 숨졌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미얀마군의 날을 기념한다며 열병식을 개최했다. 민아웅흘라잉 최고사령관은 TV 연설을 통해 “안정을 해치는 폭력적인 행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전날엔 국영 MRTV가 시위대를 향해 “머리와 등에 총을 맞을 수도 있다”고 경고성 보도를 내보냈다.
미얀마 임시정부 역할을 하고 있는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이날 “오늘은 군부 수치의 날”이라며 “군 장성들은 무고한 국민을 300명 넘게 살해해놓고 기념식을 열었다”고 비판했다.
국제사회도 미얀마 군부에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한국과 미국, 일본, 영국 등 12개국 합참의장은 이날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미얀마 주재 유럽연합(EU) 대표단도 “비무장 민간인을 살해한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라며 “이날은 미얀마 군에 영원히 불명예의 날로 새겨질 것”이라고 성명을 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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