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의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고민하던 중 떠올린 것이 폭포다. 그는 “처음 폭포를 맞닥뜨렸던 다섯 살 때 거대한 물줄기와 소리가 주변을 덮어버리던 장면은 50대인 지금까지도 기억에 생생하다”며 “잘게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지는 물방울에서 노이즈를 떠올렸다”고 했다. 작가는 폭포를 영상 작품 ‘Embodiment(구현)’로 만들었다. 검은 배경에 무수한 하얀 점으로 표현된 물 폭탄이 쏟아진다.
그는 이 영상에서 다시 이미지를 따왔다. 영상을 캡처한 뒤 픽셀 단위로 쪼개 작업한 이미지는 점과 선으로 가득한 기하학적 형상이 됐다. 이를 시트지로 인쇄하고 점과 선을 분리해 캔버스에 씌웠다. 그 위에 물감을 덧칠하고 시트지를 떼어내면 새로운 추상화가 탄생한다. 디지털 영상에서 불순물이었던 물방울, 본질이던 물줄기는 캔버스에서 입장이 뒤바뀐다. 캡처로 얻어낸 디지털 이미지이지만 최소 두 겹, 많게는 다섯 겹까지 물감을 쌓아올리며 손맛을 더했다. 전시는 4월 9일까지.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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