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국회예산정책처 김경수, 유근식 경제분석관이 발표한 '세대효과와 출생성비가 저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출생성비는 1980년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 남아선호사상, 그리고 초음파검사의 보급으로 인한 성별선택의 결과로 분석된다. 1990년 국내 출생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6명을 기록했다. 자연성비 범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3~107명 수준이다. 이후 출생성비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하락해 2007년부터는 자연성비의 범위 내에서 유지돼왔다.
보고서는 선형확률모형(LPM)과 인구주택총조사 데이터 등을 이용해 여성의 출생시점에 출생성비가 높을 경우 자녀가 있을 확률과 혼인확률이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출생성비가 증가하면 자녀가 있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낮아지며 자녀가 있을 확률의 감소는 혼인의 감소를 통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태어난 지역 및 시기의 출생성비가 높을수록 여성이 자녀가 있을 확률이 유의미하게 낮다"며 "관측된 지역별, 연도별 출생성비 중 가장 높은 수치는 125이며, 이 경우 자녀가 있을 확률이 자연성비(105) 대비 약 7.9%포인트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출생성비가 높은 지역의 여성들은 자녀가 있을 확률뿐만 아니라 혼인했을 확률도 유의미하게 낮았다. 다만 분석대상을 기혼자로 한정할 경우에는 출생성비와 자녀가 있을 확률 사이에 유의미한 관계는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경제활동 증가 등으로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높아진 반면, 혼인 및 출산 후 예상되는 역할에 큰 변화가 없었기 때문에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출생성비가 높은 지역에서 태어난 여성은 남성중심적인 성 규범을 회피하기 위해 결혼 및 출산을 지연 또는 기피할 가능성이 있다"며 "남편의 출생시점 및 지역의 출생성비가 높을수록 맞벌이 가정에서 아내의 집안일 시간이 증가한다는 기존 연구는 이러한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덧붙였다. "여성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때 가정 내에서 여성에게 요구되는 역할에 변화가 없다면 여성들이 혼인을 기피하는 현상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보고서는 "많은 보고서 및 설문조사에서 지목하고 있는 ‘경제적인 요인’ 역시 출산율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저출산 대응을 위한 출산율 제고정책에 세대별 출산성향과 출산성향의 변화원인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은 2019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유일한 국가다. 합계율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한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16년 1.17명에서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0.84명을 기록했다. OECD는 합계출산율이 2.1명 이하일 경우 저출산으로 분류한다. 1.3명 이하인 경우에는 초저출산으로 본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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