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온라인 판매의 이면

입력 2021-03-29 09:24  


 -온라인 직접 판매 확장, 지금은 고심 중

 미국 북부 디트로이트를 포함한 미시건은 대표적인 자동차 타운으로 불리는 지역이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의 공장과 본사가 밀집돼 다른 지역보다 자동차 우선 정책이 펼쳐지는 곳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와 내연기관 회귀를 주장했던 과거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가 유지됐을 지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런데 오랜 시간 자동차를 지역의 핵심 산업으로 삼다 보니 오히려 시대의 흐름에 밀린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그리고 대표적인 사례가 자동차회사의 직접 판매 금지다. '제조-소비'는 안되고 '제조-판매-소비'의 유통 구조만 법적으로 허용하는 탓이다. 이는 그만큼 자동차 판매 전문 기업의 영향력과 종사자 규모가 적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시건도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내 테슬라가 '제조-소비'의 직접 유통 구조를 만들면서 발단이 됐다. 테슬라는 미시건 주정부에 온라인 기반의 '제조-소비'의 직접 유통을 요청했지만 미시건 주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미시건 거주자는 인근 다른 지역에서 테슬라 제품을 받아야 했고 서비스도 예외는 아니다. 그럼에도 테슬라는 미시건에 전시장을 만들되 이름은 달리했다. 판매를 위한 전시장, 즉 쇼룸(Show room)이 아니라 단순 구경에 그치는 '갤러리(Gallery)'였고 구매 계약은 법적으로 불가능했다. 

 이런 상황에서 온라인 판매 구조가 미국 내 다른 주에서도 확장되자 미시건 의회는 지난해 9월 테슬라 직접 판매를 허용하는 법안을 추진해 하원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결국 상원 안건에 올려지지 않아 시행은 어렵게 됐다. 그리고 표결 사안에 오르지 못한 데는 기존 판매사들의 반대는 물론 GM과 포드 등의 제조사 입김(?)도 한 몫 했다. 결국 법안 통과를 기대했던 테슬라는 법적 소송을 준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테슬라 직접 판매에 대한 기존 완성차기업의 반대 명분이고 핵심으로 지목된 항목은 다름 아닌 '애프터 서비스'였다. 미국은 오랜 시간 유통, 즉 판매사가 애프터서비스까지 담당해왔다는 점에서 판매사의 배제는 곧 제조물의 서비스 중단과 직결된다고 본 것이다. 만약 '제조-소비' 구조가 허용되면 판매사가 애프터 서비스 의무를 제조사에 넘길 수밖에 없는데 제조사가 이를 떠안는 것은 당장 엄청난 비용으로 직결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판매사의 힘은 서비스에서 나오고 이를 기반으로 '제조-판매-소비'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그럼에도 테슬라가 '제조-소비' 구조를 가져가려는 배경은 판매사의 유통 수익을 제조사 및 소비자와 나누는 것이 가격 경쟁력 확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서비스는 위탁으로 해결하는 게 그들로서는 최선이었던 셈이다. 비록 소비자 불편이 조금 뒤따르더라도 말이다. 

 -한국, 미국과 상항은 달라
 그럼 한국은 어떨까? 여전히 '제조-판매-소비' 구조가 유지되지만 미국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 있다. 애프터서비스를 시행하는 곳이 '제조사'와 '전문기업'으로 구분돼 있어서다. 오히려 판매사가 AS를 맡지 않아 '제조-소비'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 곳도 있지만 일부 제조사는 AS 전체를 판매사에 넘긴 혼합형이어서 오히려 미국보다 구조적으로 '제조-소비' 유통 구조 형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최근 국내에선 일부 전기차의 온라인 판매 소식과 함께 반발 움직임도 함께 전해졌다. 이른바 배터리 전기차의 온라인 직접 판매 얘기다. 제조사가 온라인 직거래를 하면 유통 비용이 절감돼 가격이 내려갈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그러자 한편에선 전기차 판매의 핵심은 온오프라인 영역 구분이 아니라 정부 보조금에 있다는 점을 들어 온라인 직거래의 효용성에 물음표를 던지기도 한다. 효용성이 없다면 결국 소비자 불편만 가중될 뿐이라고 말이다. 따라서 '온라인 판매는 '제조-판매-소비' 구조가 '제조-소비'로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아직은 판매 단계에서 대면이 비대면으로 바뀌는 개념에 머물고 있다. 

 물론 향후 애프터 서비스 문제가 없다는 전제 하에 온라인 직거래는 판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발생한 비용 절감이 소비자 가격 인하로 직결될 것이란 확신도 별로 없다. 줄어드는 비용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의 문제 또한 어디까지나 제조사의 선택에 달려 있어서다. 그래서 자동차 온라인 판매는 단순한 판매 과정의 변화가 아니라 판매 이후 발생하는 모든 오토라이프의 변화가 핵심이다. 그리고 전제 조건은 애프터 서비스의 불편이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박재용(자동차 칼럼니스트, 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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