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여제’ 박인비(33)가 올해 처음 출전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를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으로 장식했다. 박인비는 29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칼즈배드의 아비아라GC(파72)에서 열린 LPGA투어 KIA클래식(총상금 180만달러)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3개, 보기 3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를 쳤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적어내 공동 2위 그룹을 5타 차로 따돌렸다. 우승상금은 27만달러(3억550만원)다.
자신의 올 시즌 첫 대회부터 압도적인 기량을 선보인 박인비는 투어 통산 21승째를 신고했다. 지난해 2월 ISPS한다 호주여자오픈 이후 13개월 만의 우승. 올 시즌 한국 선수가 거둔 첫 승이기도 하다. ‘레전드’ 박세리(44·은퇴)가 보유한 한국인 LPGA투어 최다승(25승)과의 격차도 4승으로 좁혔다. 박인비는 “박세리는 모든 것의 선구자였고 그의 발자취를 따르는 것은 늘 영광”이라며 “하지만 나는 누군가의 기록을 깨려고 노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박인비의 눈은 오는 7월 개막하는 도쿄올림픽을 향해 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박인비는 당시 손가락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했고, 메이저대회 4개에 올림픽까지 석권하는 ‘골든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세계 최초로 달성했다. 평소 올림픽 2연패를 향한 의지를 숨기지 않은 박인비는 “안전하다고 할 순 없지만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게 좋은 동기는 올림픽”이라고 힘줘 말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향한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회 전까지 여자골프 세계랭킹 4위에 올라 있던 박인비는 이날 기준 1위 고진영(26), 2위 김세영(28)과의 격차를 좁히고 추격자들은 더 멀리 따돌렸다. 도쿄올림픽에는 6월 말 세계랭킹 기준으로 국가별 상위 2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15위권에 2명 이상의 선수가 있는 나라는 최대 4명을 출전시킬 수 있다. 박인비 다음은 세계랭킹 8위 김효주(26)가 잇고 있다. 11위인 박성현(28)이 ‘예비 1번’이다.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지난 3개 대회를 ‘싹쓸이한’ 미국 선수들의 매서운 활약은 이번 대회에서도 이어졌다. 박인비의 뒤를 이어 에이미 올슨(29)과 렉시 톰프슨(26)이 각각 9언더파를 쳐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스테이시 루이스(36)와 대니엘 강(29)이 공동 7위, 넬리 코르다(23)가 공동 10위를 기록해 5명의 미국 선수가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직전 대회인 드라이브온 챔피언십에서 예선 탈락했던 고진영은 최종합계 8언더파 4위를 기록해 자존심을 세웠다. 또 몸 상태를 끌어올린 상황에서 다음주 열리는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을 맞이하게 됐다. 2019년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우승했던 그는 “다음주 ANA 인스피레이션을 앞두고 좋은 대비가 됐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때문에 국내 투어에서 뛰다가 1년4개월 만에 LPGA투어로 복귀한 김효주는 7언더파 공동 5위를 기록했다. 유소연(31)과 양희영(32) 신지은(29) 허미정(32)은 4언더파 공동 12위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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