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은 29일 9.37% 떨어진 3만950원에 장을 마쳤다. 지난해 8월 18일(-11.23%) 이후 하루 하락폭이 가장 컸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626억원어치, 1292억원어치씩 팔아치운 영향이 컸다. HMM은 이달 초부터 지난 26일까지 79.74% 올랐지만 이날 조정으로 상승분의 일부를 반납했다.
이날 주가가 떨어진 건 지중해와 홍해·인도양을 잇는 수에즈 운하 사고가 조기에 해결 국면으로 접어든 것과 관련 있다. 이 운하는 지난 23일 대형 컨테이너선 에버기븐호가 길목에서 좌초되면서 통행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 운하가 막히면 해운 운임이 올라 HMM 같은 해운주가 이익을 볼 수 있다.
이 기대로 HMM은 지난 26일 15.96% 올랐다. 그러나 블룸버그가 28일 “사고를 수습하는 업체가 에버기븐호를 물 위로 다시 떠올리는데 성공했다”고 보도하며 상황이 반전됐다. 29일에는 에버기븐호가 정상 항로로 완전히 돌아왔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날 개인은 HMM을 180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아직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종목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5.5배(지난 26일 기준)로, 유가증권시장 평균(약 14배)보다 훨씬 양호하다.
다만 추가 상승 가능성에 대한 애널리스트의 평가는 부정적인 편이다. 가장 큰 이유는 메자닌 물량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이 종목의 미상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물량은 모두 6억9832만주로 현재 유통주식 수(3억2673만주)의 2배에 달한다. 이 물량은 모두 전환 가능 기간에 들어온 상태다.
전환 가능 기간에 들어왔지만 채권자가 주식 전환 청구를 하지 않은 물량에 대해서는 HMM 측이 30일 전에 공지를 한 뒤 채무를 청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해당 메자닌에 대해서는 주식 전환에 따른 물량 부담이 없어진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HMM으로서는 그만큼의 빚 상환 부담을 져야한다.
증권가에서는 잔여 메자닌 상당량이 주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모든 메자닌이 전환 가능 기간에 들어왔고, 전환가액보다 최근 주가가 훨씬 높기 때문이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1위 해운업체 머스크는 시장점유율이 17%이고 HMM은 3% 정도”라며 “HMM의 메자닌이 모두 주식 전환이 됐다고 가정하면 시가총액이 머스크의 절반에 달하기 때문에 현재 주가가 낮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HMM의 시가총액은 실적이 좋았던 10여년 전과 비교해봐도 2배 이상 크다”며 “해운주는 업황이 좋을때 저평가 상태가 유지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PER만 보고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HMM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올해 민영화를 하고 싶어하겠지만 뜻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실적이 좋은 올해 사면 그만큼 비싼 비용을 치러야 하기 때문에 매입 희망 회사를 찾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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