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성북구 성북1구역 등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 16곳을 선정했다. 이를 통해 서울 도심에 총 2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LH(한국토지주택공사) 투기 의혹으로 공공 주도 개발에 대한 신뢰를 잃어 사업이 순항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기점으로 민간 재개발 규제가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노후 저층 주거지가 많은 성북구(성북1·장위8·장위9)와 서대문구(홍은1·충정로1·연희동 721-6)에서 각각 세 구역이 선정됐다. 양천구 신월7동-2, 송파구 거여새마을, 노원구 상계3, 강동구 천호A1-1, 동작구 본동 등도 최종 후보지에 이름을 올렸다. 유력한 후보였던 용산구 한남1구역은 일부 주민의 반대 등으로 후보지에서 배제됐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비의 시급성(노후도 등), 사업의 공공성(공급효과 등), 사업 실현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심사했다”고 설명했다.
16개 후보지에는 현재 1만109가구가 있다. 계획대로 재개발이 완료되면 2만202가구로 1만93가구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추산했다. 조합은 늘어난 물량의 절반인 5000여 가구를 공공임대와 수익공유형 전세 등 임대주택으로 내놔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는 후보지 주민을 대상으로 조만간 주민설명회를 연 뒤 연내 정비계획 수립 절차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다.
공공재개발은 정부가 지난해 ‘5·6 대책’에서 처음 제시한 방안이다. 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조합과 함께 공동시행사로 참여하는 형태다. 공공재개발 추진 지역에는 △용적률 상향(현행 250%→300%)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사업비 융자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다양한 혜택을 준다. 대신 새로 짓는 주택 중 조합원분을 제외한 물량의 절반은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월 이미 정비계획안이 마련돼 있어 심사 등이 쉬운 흑석2 등 기존 정비구역 8곳을 1차 후보지로 선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동의율 확보에 난항이 예상돼 공공재개발을 통한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H 사태의 후폭풍으로 후보지 곳곳에서 ‘공공방식 반대’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서다. 유력 후보지였던 한남1구역과 강동구 고덕2-1·2-2, 성북구 성북4 등은 공공재개발에 대한 주민의 반대여론 등을 고려해 후보지에서 최종 탈락시켰다. 최종 선정된 후보지 중에서도 거여새마을 등에서 반대여론이 불거지고 있다. 최종 공공재개발 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이미 조합이 설립된 곳은 50%, 신규 구역과 해제구역은 토지 등 소유자 66.7%의 동의가 필요하다.
서울 재개발 정책에 막대한 영향을 행사할 수 있는 서울시장 선거 결과도 민간 재개발 규제 완화에 전향적인 야권으로 기울고 있다. 1차 후보지 중에서도 이탈하는 곳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다. 1차 후보지 중 LH가 담당하는 두 곳(신설1·봉천13구역)은 이달 예정됐던 주민설명회조차 열지 못하는 상황이다. 시행사를 바꿔달라는 조합원들의 민원도 잇따른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공공재개발 사업이 성공하려면 성공적인 개발 사례를 최대한 빨리 보여줘야 하는데 LH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며 “야권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정부와 시의 정책 엇박자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했다.
이유정/장현주 기자 yjle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