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6억원을 넘겼다. 3년 전 평균 매매가격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최근 강남권 전셋값 상승률이 주춤하고 있지만, 중저가 지역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KB부동산 리브온이 조사한 ‘월간 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이번달(지난 15일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 전세가격은 6억562만원으로 집계됐다. 6억원 선을 돌파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2017년 3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6억17만원)을 넘어섰다. 3년 전 아파트를 매수할 수 있었던 돈으로 지금은 전세밖에 살지 못한다는 얘기다. 이번달 서울 아파트 전세 중위가격도 6억63만원으로 처음 6억원을 넘겼다.
서울 곳곳에서 전세가격이 3년 전 매매가격만에 달하거나 뛰어넘은 단지가 수두룩하다.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전용 59㎡는 지난 25일 보증금 8억5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이뤄졌다. 3년 전인 2017년 3월 이 주택형의 매매가격은 6억5000만원~7억3000만원이었다. 송파구 문정동 ‘문정푸르지오1차’ 전용 84㎡는 지난 18일 7억6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성사됐다. 3년 전 매매가격(5억8500만~6억1000만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급등하기 시작한 건 지난해 계약갱신청구권제 등 새 임대차보호법이 시행한 이후부터다. 2016년 3월 평균 전세가격 4억244만원으로 처음 4억원 선에 진입한 이후 지난해 7월(4억9922만원)까지 4년5개월 동안 4억원대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7월31일부터 계약갱신청구권 및 전월세상한제 등이 시행되면서 ‘전세난’이 심화하고 가격이 올라갔다. 지난해 8월(5억1011만원) 5억원 선을 돌파한 뒤 불과 7개월만에 앞자리 수를 갈아치웠다. 지난해 3월(4억8393만원)과 비교해 1년 만에 약 25%(1억2170만원) 급등했다.
다만 전셋값 상승률은 최근 둔화되는 추세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이번달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률은 전월 대비 0.80%로, 지난해 11월(2.77%) 이후 4개월 연속 상승폭이 줄어들었다. 이번달 강남구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0.01% 하락해 2019년 7월(-0.02%) 이후 20개월 만에 하락전환했다. 학군 배정 등 이사수요가 마무리되면서 고가 전세 중심으로 매물이 쌓이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동대문구(1.84%) △도봉구(1.37%) △노원구(1.28%) △강북구(1.27%) △구로구(1.26%) 등 상대적으로 중저가 전세가 모여 있는 지역의 상승률은 여전히 높게 나타났다.
한편 이번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9993만원으로 조사됐다. 규모별 평균 가격은 △소형(전용 60㎡ 이하) 7억6789만원 △중소형(전용 60~85㎡) 9억7629만원 △중형(전용 85~102㎡) 12억3046만원 △중대형(전용 102~135㎡) 14억5321만원 △대형(전용 135㎡ 초과) 22억1106만원 등으로 집계됐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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