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거래소에서 거래 중단이 예정된 일부 코인에 가격 급등세가 나타났다. 투기적 성격이 강한 투자로, 고위험 고수익만 노리고 뒤늦게 따라 들어갔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했다.
한 유명 암호화폐거래소의 원화시장에서 29일 오후 3시 30분 시린토큰(SRN)은 전날 종가 대비 62.95% 급등한 117원에 거래됐다. 시린토큰의 24시간 거래대금은 5187억원으로 치솟아 3000억원대의 비트코인(BTC)을 뛰어넘었다. 30일 오후 6시 시린토큰 가격은 80원대로 떨어졌다.
2018년 이 거래소에 상장한 시린토큰은 지난 17일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 사업 지속 가능성, 블록체인 네트워크 활동, 유동성 등 내부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이유다. 지난 24일에는 아예 '거래지원 종료'가 결정됐다. 시린토큰은 오는 31일 상장 목록에서 사라진다. 이 거래소에서는 더 이상 사고팔 수 없다는 뜻으로, 주식시장에 비유하면 '상장 폐지'와 똑같은 조치다.
시린토큰은 지난 23일에도 하루에 160% 넘게 급등해 종가가 163원으로 올랐다. 28일 종가는 72원까지 내렸다가 29일에는 장중 한때 191원까지 치솟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흐름을 보였다.
거래 중단이 함께 예고된 코르텍스(CTXC), 바이텀(BTM), 바이버레이트(VIB) 등 일부 코인도 시세가 크게 출렁였다.
암호화폐업계 관계자는 "상장 폐지를 앞둔 암호화폐들이 모두 급등하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이런 코인에 불나방처럼 돈을 쏟아붓는 것은 막판에 한탕 하자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가 끊길 것이 확실한 상태인데 투자금이 몰려드는 것은 '묻지마 투자'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에서 상장 폐지를 앞두고 주어지는 정리매매 기간에 주가가 춤을 추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비슷한 현상이 암호화폐 시장에도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황 연구위원은 "유의 종목으로 지정됐다는 것은 암호화폐가 정상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높은 가격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모든 암호화폐를 '알트코인'이라고 부른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에 비해 알트코인은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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