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 '우주 ETF' 출격…캐시 우드 매직 이을까

입력 2021-03-30 16:31   수정 2021-03-31 03:16


‘파괴적 혁신’으로 팬덤까지 형성한 아크인베스트먼트가 이번엔 우주를 테마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출시한다. 아크인베스트는 29일(현지시간) ‘아크 우주 탐사&혁신 ETF(ARKX)’에 편입할 종목을 공개했다. 성장주 투자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아크가 발굴한 기업에서 새로운 투자 힌트를 얻으려는 이들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주 탐사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혁신기업보다 전통적인 산업재 기업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권업계는 중장기적 성장성은 기대할 수 있지만 단기적으론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예상했던 종목 대거 담겨
ARKX가 30일 거래를 시작한다. 이 ETF는 자산의 80% 이상을 세계의 우주 탐사 관련 기업에 투자해 장기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혀 기대를 모았다. 이번에 공개된 종목 중 비중 3위를 차지한 크라토스(KTOS)는 투자자에게 낯선 기업이다. 드론, 군사용 무기 등을 제조하는 방산업체다. 최근 미국 공군과 3800만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리디움(IRDM)은 예상대로 편입종목 리스트에 올랐다. 저궤도 위성으로 데이터 통신을 제공하는 업체로, ARKX가 출시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지난 1월 이후 한 달 새 주가가 25% 급등하기도 했다.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사진)의 움직임을 관찰한 투자자에게 익숙한 종목도 있다. ARKX에서 가장 큰 비중 차지하고 있는 트림블(TRMB)은 우드의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under the radar)’ 종목 중 하나다. 건설, 농업, 유틸리티 분야에서 사람 대신 로봇이 측량하고 데이터를 관리하도록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아크 자동화 기술·로보틱스 ETF(ARKQ)’에도 편입돼 있다. 설립된 지 40년 넘은 중견기업임에도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진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8월부터 아크가 매수를 시작하면서 ‘우드 픽’으로 시장의 조명을 받았다.

아크가 2016년 출시한 ‘아크3D프린팅 ETF(PRNT)’는 편입 비중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진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크는 자신들이 출시하는 다른 ETF에도 PRNT를 자주 편입한다”며 “우주 혁신이든 생산 자동화든, 다양한 분야의 혁신에 언제나 3차원(3D)프린팅이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대표적 항공 방위기업인 보잉, 록히드마틴, 탈레스 등도 포함돼 있다. 시장에서 일찍부터 편입을 예상했던 종목인 동시에 최근 경기회복의 수혜를 받고 있다.
일본 굴삭기 기업은 왜?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혁신기업이 별로 없다는 지적이다. 우주산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어 보이는 전통 산업재 기업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굴삭기 기업 코마츠(4.67%), 농기계와 건설용 중장비 기업 디어(3.17%)가 각각 편입 비중 6위, 13위를 차지한다. 최 연구원은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부양정책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프라 정책으로 이들 종목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혁신 성장 기업은 아니다”며 “아크가 장기적인 혁신 투자철학보다 단기적인 수익률을 고려해 편입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기술별로 볼 때 포트폴리오의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산업도 항공우주산업이라고 보기 어렵다. 직접적으로 우주에 나가는 로켓이나 위성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농업과 인터넷,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건설 등 ‘항공우주 수혜’ 기업이 포트폴리오의 40%를 차지한다. 김종현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다만 “향후 스팩 상장으로 우주 관련 기업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 포트폴리오가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미 캐시 우드 효과 반영
증권업계는 중장기적으로 성장성이 있으나 단기적으로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견해다. 팬덤을 몰고다니는 아크 특성상 ARKX가 출시된다는 소식에 이미 관련 기업은 한 차례 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ARKX가 증권거래위원회(SEC) 심사에 들어갔을 때 이리디움 등 관련주가 폭등했고, 투자자들이 종목 발굴에 관심이 컸다”며 “이번에는 그만큼의 임팩트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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