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나라에서는 기침을 하지 않으시지요. 그곳도 봄이면 노란 동백꽃(생강나무꽃)이 활짝 피어나겠지요. 점순네 수탉은 여전히 우리집 수탉을 못살게 구는지요. 저는 선생님이 남기신 글 중에 기침 부분만 읽으면 가슴이 함께 아파옵니다. 저는 선생님보다 50년 늦게, 같은 강원도에서도 대관령 아래 깊은 산골짜기에서 태어나 지금은 선생님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선양하는 ‘김유정문학촌’ 촌장으로 일하고 있는 강원도의 후배 소설가 이순원입니다.
엊그제 3월 29일은 선생님께서 《봄·봄》, 《동백꽃》, 《소낙비》, 《산골 나그네》 등 우리 한국문학의 주옥같은 작품을 남기고 스물아홉 살의 너무나 아까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 84주기가 되는 날이었습니다.
지난해엔 코로나19 때문에 공식 추모제가 취소돼 문학촌장인 저와 춘천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하창수 작가와 전석순 작가, 이렇게 세 명의 후배 작가가 선생님 동상 앞에 노란 동백꽃을 꽂아놓고 동백꽃 차를 올렸습니다. 올해도 코로나19가 잦아들지 않아 예전보다 간단하게 추모제를 올렸습니다.
떡시루처럼 생겼다고 하여 이름도 실레마을인 선생님 고향에 문학촌이 조성되기 전인 50년 전, 소양강 의암호 주변에 춘천의 뜻있는 분들이 선생님 문인비를 세웠습니다. 문인비 아래에서 선생님의 유족, 청풍김씨 문중 분들과 선생님 문학의 얼, 향기를 지역문화로 계승하고자 애쓰시던 강원일보가 함께 추모식을 시작했습니다.
그때의 방식 그대로 올해의 추모식도 선생님의 유족이 분향하며 동백차를 올리고, 김유정학회의 학자분들이 논문집을 올리고, 춘천지역의 시인 작가 20명이 지난 한 해 동안 발간한 자신의 저서를 선생님 동상 앞에 올렸습니다. 선생님께서 작품 속에서 그토록 아끼고 사랑한 실레마을 동네 분들도 함께 자리했습니다. 규모는 축소돼도 단정하고 정갈하고 엄숙했습니다. 선생님의 소설 속 표현 그대로 ‘알싸하고 향깃한 냄새에 온 정신이 고만 아찔한’ 노란 동백꽃 향기가 온 마을에 퍼졌습니다.
작가는 작품으로 자기의 일생을 말하는 사람이라고 하는데, 선생님은 그 이상입니다. 선생님의 일생뿐 아니라 돌아가신 다음에도 이렇게 동백꽃 향기 같은 작품의 향기로 한 작가의 작품과 향기가 남기는 흔적이 어떤 것인지를 말해줍니다. 이곳 실레마을엔 선생님을 기리는 김유정문학촌만이 아니라 마을 입구에 김유정역이 있고, 김유정우체국이 있고, 농협 김유정지점이 있습니다. 마을 어느 곳을 둘러봐도 선생님 작품 속 인물의 이름을 딴 상호들이어서 가히 김유정마을 그 자체입니다.
선생님. 제가 문학촌의 대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겠습니다. 선생님은 이곳의 주인이니 매일 오셔서 선생님이 뛰놀던 생가 마당부터 전시실까지 선생님의 흔적을 둘러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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