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땅투기 의혹이 일파만파로 정국을 뒤흔들고,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내로남불’식 전세금 인상이 국민의 배신감을 자초했으니 ‘사과 모드’로 돌변한 것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여권의 이런 변화에서 진정성을 느끼는 국민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다. 선거가 코앞으로 닥치자 성난 민심 달래기란 인상이 짙어서다. 작년 4월 총선 학습효과도 있다. 당시 이낙연 민주당 선대위원장은 ‘1주택자 종부세 감면’에 긍정 입장을 밝혔으나, 선거 뒤 후속조치를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의 LH 관련 사과가 사태 발생 2주 만에 나오자 “책임 있는 사과가 아니라, 지지율 40% 선이 깨질 때마다 하는 사과”라는 혹평이 쏟아진 영향도 적지 않다. 이번 사태를 기화로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을 재차 강조하고, 규제완화나 민간 창의성 활용 등의 얘기는 쑥 들어가버린 것도 의구심을 증폭시킨다.
이렇다 보니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등의 부동산 정책전환 시사 발언도 별 반향을 못 일으키고 있다. 박 후보는 “강남 재개발·재건축의 경우 공공주도 형태를 고집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규제완화 뜻을 내비쳤다. 홍익표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한술 더 떠 “서민 실수요자에 대해 대출 규제를 조금 풀어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출 규제완화는 당정협의도 안 된 사안이어서 실수요자들의 애간장만 태울 공산이 크다.
정부·여당의 ‘부동산 실패 사과’가 진정성을 가지려면 다음 단계로 정책의 어떤 점이 잘못됐고, 어떻게 바꾸겠다는 것인지 밝혀야 할 것이다. 앞뒤 설명 없이 그저 “통렬히 반성한다”고만 해선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거니와, 집값 폭등에 ‘영혼까지 털린’ 국민의 상심(傷心)을 달래기에도 역부족이다. 선거 뒤 또다시 말을 바꾸거나 식언(食言)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지 않으냐는 반응도 나온다. 신뢰를 잃으면 이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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