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대표적 특급호텔인 그랜드하얏트 서울이 매각 후 인수 실체 논란, 투자자 간 갈등 등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지난해 말엔 매각 여파로 괴한 난동 사건까지 불거졌다. 여기에 서울 최고 노른자위로 꼽히는 남산 자락의 개발 계획까지 얽히면서 투자업계의 관심 대상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주인이 바뀐 뒤 PEF 출자자 중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은 PAG나 인마크가 아니라 ‘인수합병(M&A)을 통한 사세 확장’으로 유명한 국내 중견그룹 필룩스로 알려졌다. 실제로 필룩스그룹은 이 PEF에 가장 많은 돈을 댔다. 삼본전자, 장원테크, EXT 등 관계사들의 출자금까지 더하면 전체 PEF 자금 2020억원 중 1300억원가량에 달한다. 여기에 필룩스는 최근 PAG 측 지분 300억원어치도 50억원의 웃돈을 주고 사들이기로 했다. 운용사(GP)로 참여한 KV글로벌도 H오퍼레이션이라는 필룩스의 관계사가 대주주인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해외 운용사가 이 호텔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필룩스의 목소리가 가장 큰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필룩스 관계자는 “우리는 이 펀드의 출자자(LP)일 뿐이며 LP 간 거래는 정당하게 이뤄졌다”고 말했다. 또 “자본시장법에선 LP의 경영 참여를 금지하고 있고, 우리도 이를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강조했다.
호텔 내부 사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이 사건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투숙객들이 그랜드하얏트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전했다. 5000만~7500만원(개인 기준) 선에 거래되는 피트니스 회원권 소유자들도 가격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필룩스가 이 호텔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주변 부지 개발 이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는 게 투자업계의 설명이다. 필룩스는 호텔 남서쪽 ‘ㄴ’자 모양 부지를 호텔 컨시어지 서비스를 받는 단독주택 및 주택단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대주단과 마찰을 빚었다. 대주단의 대표격인 하나금융투자가 필룩스 측의 개발 계획에 반대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필룩스 측은 하나금융투자를 배제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마스턴자산운용과 개발권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선금 100억원을 주기로 했다. 또 다른 증권사들로 대주단을 구성하려 했으나 하나금융투자의 항의로 실패했다.
해당 부지의 개발 이익이 워낙 막대할 것으로 전망되다보니 부동산업계도 호텔 운영권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이번에 개발이 논의되는 땅은 원래 주택이 있던 것을 박정희 정권이 하얏트호텔 건설을 위해 강제 수용한 것”이라며 “한남동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최고급 주택단지로 조성하면 상당한 인기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호텔을 둘러싼 잡음이 바깥으로 흘러나가면서 일각에선 글로벌 하얏트가 호텔을 되사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호텔 운영을 맡고 있는 하얏트 본사는 당초 매각 계약에 명시된 경영 주체가 바뀌면 호텔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하얏트 측은 우선매수권 행사 가능성을 묻는 한국경제신문의 질의에 “현재로서는 현 소유주가 법적 지위를 상실할 것이라고 볼 이유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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