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부자들만 혜택"…대구 중형 분양가도 최고 9억 육박

입력 2021-03-31 08:33   수정 2021-03-31 09:13

대구에서 중형 아파트 분양가가 최고 9억원에 육박하는 사례가 나왔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에 주변 아파트 시세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고분양가 심사 제도를 개편하면서다.

31일 대구 수성구에 따르면 현대엔지니어링이 만촌동에 공급하는 '힐스테이트 만촌역' 분양가가 3.3㎡당(84㎡기준) 2450만원에 책정됐다. 84㎡형 가운데 고층 일부 가구는 분양가가 8억9926만원으로 9억원에 육박했다. 2019년 5월 수성구 '범어W'의 역대 대구 최고 분양가(3.3㎡당 258만3000원)보다 19%나 상승했다.

앞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달 22일 아파트 고분양가 심사 방식을 변경했다. 2016년 8월 고분양가 심사 제도 시행 후 과도한 가격 통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수익 악화를 이유로 분양을 보류하거나 철회하는 일이 늘어난다는 이유에서다.

개편안은 분양가 책정 시 주변 아파트 시세의 일정 비율(85∼90%)을 상한으로 고려하는 내용 등을 담았다. 힐스테이트 만촌역의 경우 주변 아파트 시세(84㎡ 기준 15억원 안팎)가 분양가 책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분양가 급등으로 자금 동원력이 부족한 청약자가 주거 선호지역에 내 집을 마련하는 길은 사실상 사라졌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대구는 대부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 조정대상지역 등으로 묶여 있어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이 40∼50%에 그친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최고 분양가가 2년도 안 돼 20%나 오른 것은 지나치다"며 “앞으로 분양가 상승이 계속될 경우 '현금 부자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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