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펀드에 밀려 고전하던 가치주 펀드가 살아나고 있다. 일부 가치주 펀드의 올해 수익률은 20%를 넘었다.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횡보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시중 금리까지 오르면서 가치주가 강세를 보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며 “금리가 추세적으로 오르고 있어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1년간 수익률은 국내 주식형 펀드(87.68%)가 가치주 펀드(69.18%)를 앞섰다. 올초 이후 수익률도 지난 2월 초 기준으로는 국내 주식형 펀드가 6.68%, 가치주 펀드가 5.93%로 국내 주식형 펀드가 우세였다. 그러나 3월 초에는 연초 이후 수익률이 가치주 펀드 7.52%, 국내 주식형 펀드 7.26%로 가치주 펀드가 역전했다. 이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펀드별로 보면 ‘한국밸류10년투자어린이’ 펀드가 연초 이후 수익률 20.74%로 가장 양호한 성과를 보였다. 이 상품은 ‘어린이가 어른이 됐을 때 목돈을 만들어주는 걸 목표로 장기 투자하는 펀드’를 지향한다. 이어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펀드’(16.58%), ‘미래에셋TIGER우량가치 상장지수펀드(ETF)’(16.06%), ‘마이다스액티브가치 펀드’(15.39%), ‘한국밸류10년투자 펀드’(13.73%) 등이 뒤를 이었다.
가치주 펀드의 수익률이 개선되고 있는 건 최근 시장 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초 0.916%에서 지난 3월 29일 1.648%로 급등했다. 한국 10년 만기 국고채 수익률도 같은 기간 1.713%에서 1.980%로 오르는 흐름이다.
그러나 가치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벌어들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이 주가에 많이 반영된다. 가치주 펀드가 선택하는 종목은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전통적 밸류에이션 지표가 양호한 경우가 많다.
한국 미국 등에서 코로나19 사태로 풀린 유동성을 조만간 회수할 수 있다는 경각심이 높아진 것도 가치주 펀드가 강세를 보이는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이승혁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스타일밸류본부장은 “지난 2월 이후 성장주가 조정을 많이 받고 있지만 가치주는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치주 펀드가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면 성장주 투자 철학을 일정 부분 수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성장주와 가치주 간 밸류에이션 키 맞추기가 마무리되면 성장주 상승세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애플, 아마존, 알리바바 등 플랫폼 기업은 지금껏 인류가 경험하지 못했던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플랫폼 기업 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가치주 펀드도 이들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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