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면 뭐하니' 감동 파괴…불륜부터 조건만남 제안까지

입력 2021-03-31 10:19   수정 2021-03-3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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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면 뭐하니'의 감동이 현실에선 불륜과 조건만남으로 변질됐다.

최근 중고거래 전문 앱 '당근마켓'에 "유부녀라도 괜찮다. 같이 치맥하자"고 불륜을 제안하거나, "일주일에 한 번, 차에서 만나면 된다"는 조건 만남을 유도하는 대화가 온라인에 공개돼 충격을 준다. 특히 지난 20일 MBC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의 하루를 당근마켓에 올렸다'는 콘셉트 방송이 공개된 후 당근마켓을 구애와 범죄의 장소로 악용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놀면 뭐하니'에서 유재석은 '혼밥'이 익숙하지 않은 젊은 청년과 만나 함께 고기를 구워 먹었고, 남편과 아이들도 가르치는 걸 포기했던 중년 여성에게 자전거 타기를 완벽하게 습득시키며 감동을 자아냈다.

일반 시민들과 돌발 만남은 당근마켓을 통해 이뤄졌다. 당근마켓은 중고거래를 전문으로 한 앱이다. 특히 사용자가 인증한 지역에서 최대 반경 6km 이내에서만 거래를 가능하도록 하면서 인근 지역 사람들끼리 직거래를 유도하면서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고, 지난 9월 '동네생활'이라는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역 주민들끼리 소통을 가능하도록 해 온라인 커뮤니티 기능까지 흡수했다.

동네 유명 병원, 맛집, 명소 등을 공유할 뿐 아니라 '같이해요' 등의 카테고리를 통해 함께 운동을 하거나 공부, 취미생활 등을 하는 제안을 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같은 지역이기에 만남도 편하고, 공감대도 형성할 수 있기에 가능한 서비스다.

하지만 최근 "시간이 남는데 같이 커피 한 잔 하자", "같이 밥이나 먹자" 등을 제안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는 평이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된 대화 중에는 유부녀라고 밝힌 회원에게 "괜찮다. 간단하게 한 잔만 하자"고 치근덕거리거나, 판매 물품을 보고 여성들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서 말을 하는 피해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고.

"교복을 매물로 내놓았는데 중년으로 보이는 남성이 '착용샷은 없냐'며 '치마만 사고 싶다'는 연락을 해서 소름끼쳤다", "대뜸 성기 사진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등의 피해담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여성의 속옷, 레깅스 등을 매물로 올린 판매자에게 "입던 것을 줄 수 있냐", "체취가 있냐"고 문의하거나 여성용 청바지를 구입하는 남성이 "모텔방에 갖다 달라. 입어보고 구입하겠다"고 제안하는 대화 내용도 공개됐다.

이전부터 당근마켓과 관련해 우려는 수차례 제기됐다. 물건 거래를 할 땐 아버지, 남편 등과 동행한다는 여성들도 늘었다. 동네만 인증됐을 뿐 신원이 검증되지 않은 낯선 사람과의 만남은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상황에서 '놀면 뭐하니' 방송이 나오면서 이젠 '물건'이 아닌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을 찾는 글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는 게 사용자들의 반응이었다.

당근마켓 측은 "이용자들이 언급하는 문제점과 우려에 대해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고,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 여러 안전 장치를 고민하고 있다"며 "앞으로조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앱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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