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그룹이 국내 1위 차량호출 사업자 카카오모빌리티에 베팅한다.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를 통해 모빌리티 관련 사업 협력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행보다.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GS그룹은 최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모빌리티에 약 3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이같은 내용을 의결했다. 투자 주체는 GS그룹 내 정유 부문 계열사 GS칼텍스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글로벌 사모펀드(PEF) 칼라일로부터도 22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약 3조5000억원 안팎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내년을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이다.
GS그룹의 이번 투자는 모빌리티 영역을 신성장 동력으로 낙점하고, 관련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룹 내 주력 계열사인 GS칼텍스는 최근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와 관련한 사업 다각화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GS칼텍스는 기존 주유소를 주유, 세차, 정비공간에서 확장해 모빌리티 산업의 거점 역할을 수행하는 공간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기존 서비스와 함께 전기·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마이크로 모빌리티와 같은 모빌리티 인프라와 물류거점, 드론배송, 편의점 및 F&B 등의 라이프서비스 콘텐츠가 결합된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플러스 허브’를 선보였다.
GS칼텍스는 자체 주유소를 비롯한 각종 자산을 기반으로 카카오모빌리티가 제공하는 다양한 차량 관련 서비스를 더한다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사는 이미 지난해 전국 5개 GS칼텍스 주유소에서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자전거인 '카카오 T 바이크' 배터리 충전·정비 서비스를 제공하는 파트너십을 맺은 바 있다.
구글의 카카오모빌리티 투자도 막바지 단계다. 구글 역시 카카오모빌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지난해부터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해 왔다. 구글에서는 자회사 웨이모가 투자 주체로 나선다. 웨이모는 구글 내 자율주행사업부로 출범해 2016년 구글 지주회사인 알파벳의 자회사로 분리됐다. 지난해 2조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실탄을 쌓았다. 주요 국가에서 선두권 모빌리티 업체와 협업해 자율주행과 연관된 주행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투자가 마무리되면 카카오모빌리티는 구글과 GS그룹을 새로운 전략적 파트너로 맞이하게 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투자 자금으로 자율 주행 부문 역량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구글이 보유한 자율주행 부문에서의 긴밀한 협력을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 기술은 카카오모빌리티가 지향하는 ‘서비스형 모빌리티(MaaS)’ 플랫폼의 필수 요소다. 이동과 관련된 모든 서비스를 카카오T 앱 하나로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는 2015년 3월 택시호출 사업을 시작한 이후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로 사업부를 분사해 서비스를 본격화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대리운전, 전동킥보드, 셔틀버스, 주차장 등 다양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앱에 추가했다. 지난해 3월엔 국토교통부로부터 자율주행차 임시운행 허가를 받아 시범 운영하는 등 자체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투자금 유치는 2017년 이후 3년여 만이다. 당시 미국 텍사스퍼시픽그룹(TPG), 한국투자파트너스, 일본 오릭스캐피털 등으로부터 5000억원의 자금을 받았다. 3년여 만에 기업가치는 두 배 이상 뛰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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