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올해 안에 서울 종로구 송현동 부지를 서울시에 매각하고 대금을 받기로 했다. 대한항공과 서울시의 이견이 컸던 가격과 관련해선 공정한 평가를 위해 4개 법인의 감정평가와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를 받는 등 절차를 거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3월 서울시가 송현동 부지를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지 약 1년여 만이다.
대한항공·서울시·LH 송현동 부지 권익위 조정서 체결
대한항공은 31일 국민권익위원회 주재 하에 이 회사와 서울시·한국토지주택공사(LH) 간 송현동 부지 매각을 위한 조정서를 서면 합의 방식으로 체결했다고 밝혔다.이는 대한항공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따른 자구 노력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 매각에 본격적으로 나선 지난해 2월 이후 1년 1개월 만이다. 또한 서울시와의 갈등으로 지난해 6월 권익위에 고충 민원을 신청한 지 약 10개월만이다.
조정서 체결에 따라 LH는 대한항공으로부터 송현동 부지를 매수하고, 이를 서울시가 보유한 시유지 중 한곳과 교환하는 절차가 이뤄진다. 이는 코로나19 장기화 속 유휴자산 매각이 시급한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한다는 서울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서울 시내 택지를 확보해야 하는 LH가 서로의 입장을 조율한 결과로 전해졌다.
이번 조정서에도 구체적인 계약 시기는 특정되지 않았지만 매매대금 결정을 위한 절차는 조정서에 명기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서울시가 계약 날짜를 특정하지 말자고 요구해 합의가 무산된 당시 서울시의 요구사항을 대한항공이 수용한 결과다.
다만, 계약 당사자들은 시의회 의결 등 행정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오는 8월 말까지는 매매계약 및 교환계약서가 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했다. 또한 연내 모든 절차를 마무리해 매각대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방식으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과 서울시 간 이견이 컸던 송현동 부지 매매대금 결정을 위한 절차도 조정서에 명기됐다. 공정한 가격 평가를 위해 4개 법인의 감정평가를 거쳐 감정평가사협회의 심사를 받고, 이를 산술평가해 가격을 결정하도록 합의했다. 당초 대한항공은 최소 5000억원에 송현동 부지를 매각한다는 계획이었다. 반면 서울시는 보상금액을 4670억원으로 산정한 바 있다.
이번 조정서 체결은 수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권익위가 중재를 맡아 끌어낸 것으로 평가된다.
대한항공은 "4개 법인의 평가를 거치는 만큼 공정하고 적정한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송현동 부지 매각대금은 어디로?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매각 대금을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과 재무구조 개선에 활용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송현동 부지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남은 대규모 나대지로, 서울광장의 세 배(3만6642㎡)에 달하는 규모다. 대한항공이 2008년 삼성생명으로부터 사들인 후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계획했다가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곳이기도 하다.
대한항공은 송현동 부지 외의 자구책으로 지난해 사모펀드 한앤컴퍼니에 기내식·기내면세품 판매 사업을, 사모펀드(PEF) 운용사 케이스톤파트너스에 공항버스 사업인 칼리무진 사업부를 매각한 바 있다.
이 같은 노력과 올해 3월 단행한 유상증자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300%대로 개선된 상태다. 다음달에는 기존 차입금 상환을 위해 코로나19 발생 후 처음으로 금융시장에서 회사채도 발행할 계획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3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성공한 데 이어 이번 조정서 체결로 코로나19 위기 극복,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위한 자금마련, 재무구조 개선 등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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