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텔(아파트와 비슷한 평면의 주거용 오피스텔)’ 대출까지 막힌다니 마지막 사다리가 걷어치워진 느낌입니다.”
정부가 지난 ‘3·29 대책’(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에서 토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해서도 담보인정비율(LTV)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이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이 오피스텔 등 상업시설까지 아우르는 규제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가 심한 아파트 대신 아파텔 매수를 고려하던 신혼부부 등 무주택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 수도권 3기 신도시 투기 논란이 불거진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은 농협 등에서 대규모 대출을 받아 땅을 매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주택담보대출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토지, 상가, 오피스텔 등 비주택 부동산 전반에 대출 규제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4월 중 세부 시행 방안이 담긴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선 애꿎은 실수요자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오피스텔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 아파텔의 주된 수요층인 신혼부부 등 젊은 무주택자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아파텔은 아파트와 비슷한 내부 설계와 커뮤니티 시설 등을 갖췄으면서도 대출 규제가 적어 ‘풍선효과’에 따른 수요가 몰렸다. 서울을 비롯한 투기과열지구 아파트는 시세 9억원 이하에 대해 LTV가 40%만 인정된다. 9억원을 초과하는 분에 대해선 20%로 제한되고, 시세 15억원이 넘으면 대출이 나오지 않는다. 반면 아파텔은 지역을 불문하고 LTV 규제가 적용되지 않아 통상 시세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아파텔은 청약 때 무주택자 신분을 유지할 수 있어 아파트 특별공급 등을 노리려는 신혼부부의 선호가 높았다. 전·월세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거주하면서 향후 청약 당첨도 노릴 수 있는 일종의 ‘주거 사다리’였던 셈이다. 벌써 시장에선 대출 규제 강화 전 아파텔 매수를 서두르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오피스텔 인기는 통계로도 확인된다. 부동산 분석업체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공급한 오피스텔 56개 단지(2만7138실)에 청약자 36만3982명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에 비해 공급 물량(70곳·3만3635실)이 적었는데도 청약자 수(9만5732명)는 3.8배 늘었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작년 2월~지난 2월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 상승률은 약 22.8%로, 같은 기간 아파트 상승률(10.0%)의 두 배를 웃돈다.
상가, 꼬마빌딩, 지식산업센터, 생활숙박시설 등 이른바 수익형 부동산 시장 전반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전방위적인 대출 규제 강화로 자금줄이 묶이면 투자자들의 참여가 쉽지 않아서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상업용 부동산 전반에 LTV를 전면 적용하면 대출이 필요 없는 사람과 대출을 활용한 투자자 간 자산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라며 “2030세대와 신혼부부 등 실거주 수요층의 피해를 막기 위해선 용도·소득·연령별 LTV를 차등 적용하는 등 맞춤형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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