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지역에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대구 경제는 지금 전국에서 꼴찌다. 사람을 보고 뽑은 게 아니라 당을 보고 뽑았기 때문”이라고 말해 유권자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국민의힘은 “선거가 어려워지니 지역감정을 동원한다”며 “시민의 선택을 폄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의원은 이날 부산에서 열린 민주당 중앙선거대책회의에서 “(대구 정치인이) 국민의 삶을 위해 노력하는 게 아니라 공천을 받느라 정신이 없어서 대구 경제가 꼴찌”라며 “부산 경제가 일어나려면 사람을 보고 뽑아야 미래가 생긴다”고 말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유권자를 압박하는 듯한 내용의 발언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부산 선거는 부산만의 선거가 아니다. 전국과 대한민국의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며 “(부산 시민은) 세 분의 민주화 대통령을 배출한 부산의 명예와 시민의 자긍심을 지켜주기 바란다”고 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를 향해서는 “국민 앞에 의혹을 낱낱이 밝히고 석고대죄하라”고 날을 세웠다.
서울에서는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지원 유세 중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지지자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 의원은 “안타깝게도 일부 시민께서 (야당에) 동조하고 있다”며 “그런 분들께 ‘그래서 과거로 돌아가겠냐’고 묻겠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이명박·박근혜 시대로 다시 돌아가겠느냐”며 “여러분은 그런 시대에 살고 싶은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의원은 다만 “민주당은 많은 성과를 냈지만 아쉽고 미진하고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다”며 “겸허히 반성하며 고쳐 나가겠다”고 했다.
앞서 박 후보는 지난 26일 유세 현장에서 자신의 20대 연령층 지지율이 낮은 이유에 대해 ‘20대의 역사 경험치가 낮은 탓’이라는 취지로 발언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여당 의원들의 이 같은 발언을 놓고 “유권자를 비하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왜 정권 심판론 이야기가 나오는지, 왜 여론이 안 좋은 것인지 국민의 분노를 이해하려는 마음 없이 유권자를 탓하는 ‘남 탓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상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는 식으로 유권자를 압박하고 있다”며 “‘가스라이팅(타인의 마음을 교묘하게 통제하는 행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비판에 나섰다. 황규환 국민의힘 중앙선대위 부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어디가 끝인지도 모를 정도로 민주당의 지역 비하 발언이 터져 나온다”며 “대구 시민의 신성한 투표권을 모독한 발언”이라고 날을 세웠다. 황 부대변인은 “선거가 어려워지니 망국적인 지역감정까지 동원하는 이 의원과 민주당은 대구 시민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철 지난 구태정치를 즉각 중단하라”고 강조했다.
여권에서는 잇따른 실언 사태를 진화하려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최연소 국회의원인 전용기 의원은 이날 SNS에서 “2030세대를 대변하는 여당의 청년 국회의원으로서 지금 문재인 정부와 민주당에 분노하는 2030세대에 사죄드린다”고 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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