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처음으로 이해충돌방지법안을 제출한 건 2013년 8월께다. 그로부터 약 8년 동안 이 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5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일명 김영란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초안에 들어 있던 이해충돌 방지 조항은 ‘쏙’ 빠졌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계기로 공직자의 투기 행위 등에 대한 분노가 거세게 일고 있어서다.
문제는 개별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을 규제하는 일이다. 국회의원은 법안을 심의하고 개정하는 권한 외에도 대정부 질문, 국정감사, 국정조사 등을 통해 국정 전반을 관할할 권한을 가진다. 지난 8년간 법제화되지 못한 주요 이유가 권한을 스스로 내려놓지 못하는 국회의원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LH 사태로 분노한 민심을 목격한 여야 지도부는 국회법에 국회의원의 이해충돌방지 규정을 넣는 방안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의원을 제외한 입법·사법·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공공기관 임직원 등 나머지 공직자는 이해충돌방지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 2019년 국가공무원 인사 통계 기준 187만 명에 달한다.
국회법에 이해충돌방지 조항을 넣기로 한 건 국회의원의 징계 주체를 국회로 명시한 헌법 조항(64조2항) 때문이라고 여야는 항변한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헌법기관은 일반 공무원에 대한 규제와는 방식이 달라야 한다”(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설명이다. 여야 지도부는 현재 윤리특별위원회 소속 윤리심사자문위원회를 상설위원회로 격상해 법 위반 심의와 징계 여부를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운영위 논의 과정에서도 “형사 제재 없이 자체 징계로 실효성을 확보하기 굉장히 어려울 것”(곽상도 국민의힘 의원), “‘셀프 징계’ 논란을 불식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지적이 나왔다.
직무상 비밀 이용 금지 조항과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하는 규정이 빠진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이런 의무를 위반할 경우 최대 징역 7년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하는 이유는 기존 법이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최소한 법 위반 여부에 대한 심의는 국회에서 독립된 기관이 맡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공직에서 인사 업무만 30년 이상 담당했는데도 내용이 방대하고 헷갈린다”며 “인허가권을 가진 공무원의 복지부동으로 애꿎은 국민만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최근 라임·옵티머스펀드 사태 징계가 대표적 예다. 박 의원은 “금융감독원장이 제재심의위원회에 참석하려면 본인과 배우자의 친인척 중 펀드 투자자가 있는지, 징계 대상 회사 임원 등과 이해관계가 있는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며 “민간과 이해관계가 얽힌 모든 행정 업무가 지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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