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래푸의 원래 이름은 아현3구역. 언덕배기를 따라 집들이 빽빽하게 늘어선 서울의 대표적 달동네였다. 나무 여닫이문을 단 쌀가게, 대인 3500원의 요금을 받는 30년 된 목욕탕, 골목길을 누비던 15인승 마을버스는 2008년 모두 사라지고 2014년 9월 마래푸가 들어섰다.
종로구 창신동에 가보자. 이곳은 2013년 뉴타운에서 해제된 뒤 도시재생지역으로 지정됐다. 주택가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고 박물관을 만드는 등 보전에만 치중했다. 그 결과 작년 말 창신동 완구시장의 한 건물에 불이 났는데도 골목이 좁아 소방차가 진입하지 못했다. 옛 그대로면 보는 사람은 좋을지 모르지만 당장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뉴타운 사업은 2002년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길음, 은평, 왕십리를 시범지구로 지정하면서 시작됐다. 계획도시로 개발된 강남에 비해 강북은 오래전부터 난개발된 주택이 많아 개발에 한계가 있었다. 완전히 엎어버리고 새로 짓지 않고서는 도로, 주차, 하수도 같은 인프라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다.
물론 뉴타운 같은 대규모 개발은 폭력적인 철거 과정, 쫓겨나는 원주민과 세입자 등 분명한 그늘도 남겼다. 그러나 적어도 부동산 정책 측면에서는 최근 재평가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뒤늦게 잘못을 깨달은 것일까.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정책 기조를 틀었고, ‘2·4 대책’ 등을 통해 뉴타운 해제 지역 등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단 개발은 반드시 공공이 해야 한다는 단서를 달았는데, 때마침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투기 의혹이 터졌다. 그 결과 공공은 완전히 신뢰를 잃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공공개발을 그대로 밀어붙이겠다고 한다.
공과가 같이 있겠지만 민간 재개발인 뉴타운은 마래푸 같은 결과물을 내놨다. 반면 고집스러운 공공개발이 먼 훗날 무엇을 남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번 정부는 임기 5년간 어설픈 규제로 집값을 급등시키고, 국민에게 ‘세금 폭탄’을 맞게 한 것 외에 아무 일도 안 할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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