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 일어난 일'이라고 간접화법 쓰지 마세요. 계약서에 엄연히 임대인 박주민 적혀있고 인감 찍혀있을 것 아닙니까. 본인이 집주인이라 다 동의하고 올려 받아놓고 무슨 X소리를 그렇게 길게 합니까."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월세 상한제를 비롯한 임대차 3법이 시행되기 한 달 전 자신이 소유한 아파트의 임대료를 9%가량 올린 것에 사과하자 한 네티즌이 이같이 일침을 가했다.
특히 박주민 의원은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직접 발의까지 했기 때문에 더욱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애초 박주민 의원은 "중개업소 사장님이 시세보다 싸게 계약했다고 해서 그렇게 알고 있었다"며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과문을 접한 국민들이 "이제는 중개업소 사장님을 탓하나"라고 비판하자 박주민 의원은 "마치 제가 부동산 사장님에게 탓을 돌린 것처럼 쓰신 기자분들이 있던데. 절대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는 최초 입장문에는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은 제 입장을 알고 있기에 시세보다 많이 싸게 계약하신다고 했고 저도 그렇게 알고 있었다"면서 "최근 기자분들의 문의를 받고 살펴보니 시세보다 월 20만 원 정도만 낮게 계약이 체결된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해명했다.
부동산 중개업소 사장님의 싸게 계약한다는 말을 믿고 계약했다고 하지만 보증금 3억 원에 월세 100만 원 계약에서 보증금 1억 원에 월세 185만 원으로 된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서 이를 살펴보지 않았다는 것은 대중들의 납득을 얻기 어려운 상황.
이런 비판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그렇게 쓴 기자분들이 있던데"라고 규정하며 마치 자신의 취지를 의도적으로 기자들이 왜곡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더불어 자신이 마치 예상치 못한 일을 당한 피해자라도 되는 듯 "저에게 일어난 일은 잘했든 못했든 제 탓이다"라며 해당 계약건을 '저에게 일어난 일'로 표현했다.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은 이 같은 박주민 의원의 답변 행태에 대해 "논점은 왜 남들한테는 5% 이상 못 올리게 하고 너는 9% 올렸냐인데 '시세보다 크게 낮은 가격으로 계약을 체결했어야 하는데 20만 원만 낮게 체결해서 죄송하다'는 엉뚱한 대답을 한다. 전형적인 동문서답이다"라고 비판했다.
한편 김태년 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이 1일 월세 인상으로 논란을 빚은 박주민 의원에게 공개 경고를 보냈다.
박주민 의원은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려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캠프 홍보디지털본부장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임대차 3법 중 두 개가 통과한 날인 지난해 7월 30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이 법이 시행되기 전에 전월세 가격을 많이 올릴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이 많았다. 실제로 그런 사례가 있다는 보도도 많았다"며 "초기에는 혼란이 있을지 몰라도 중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화자찬했다.
같은 날 페이스북에는 "어떻게 하면 주거환경이 안정될 수 있을까 늘 고민했다"며 "이제 개정안 통과로 2년 계약이 끝난 후 2년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게 됐고, 임대료 인상에 5% 상한을 두어 임대료 폭등을 차단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아울러 "국민께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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