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석탄발전사의 신용도에 적신호가 켜졌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잇따라 민간 석탄발전사의 신용도를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어서다.
3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민간 석탄발전사의 신용 위험을 점검하고 신용도 방향성을 분석했다. 전 세계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경영과 금융시장에서도 ESG가 핵심 철학으로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이 탄소 중립을 선언하고 있다. 정부도 탄소 중립을 위한 추진 전략을 발표하는 등 탈석탄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주요 금융사들은 신규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프로젝트 파이낸싱(PF)과 회사채 투자 중단 선언을 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GS동해전력, 삼척블루파워, 강릉에코파워, 고성그린파워 등 4곳이 민간 석탄발전 사업을 하고 있다. GS동해전력은 2017년 상업 운전을 개시했다. 나머지는 올해부터 2024년까지 상업 운전을 점차 개시할 예정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신규 발전 설비의 우수한 효율성과 유연탄에 기반한 원가 경쟁력, 정산조정계수에 근거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안정적인 이익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면서도 "최근 정부의 탄소 중립 정책과 국내 금융시장의 탈석탄 확산 속도는 기존 예측을 넘어서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신용평가는 금융사의 탈석탄 확대로 민간 석탄발전사의 차입처 확보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장수명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운영 기간 중 석탄발전에 대한 금융사의 신규 자금 제공 중단으로 회사채 수요예측 미달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 차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정산조정계수 제도가 폐지되고 석탄발전에 대한 추가적인 환경 비용이 부과되면 석탄발전의 경제성과 발전 시장 내 기저 발전으로서 입지에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주주사의 사업 철수 위험은 적은 것으로 판단됐다. 전략적 투자자들이 발전소 건설이나 주요 기자재 공급, 연료 조달 등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어서다. 물론 석탄발전 사업이 주주사나 주주사가 포함된 그룹의 사업을 진행하는 데 부담이 된다면 지분 매각을 통한 투자 철회 가능성도 있다.
글로벌 시장을 살펴보면, 미국 석탄발전의 경우 경제 논리에 따라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유럽은 정부 정책이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은 기존 노후 화력발전 설비를 우선 폐지하는 게 정책적·비용적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
탈석탄 추세는 미국 석탄발전사의 신용등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참여하는 시장의 성격이나 석탄발전의 비중에 따라 영향이 다르긴 하지만 대개 수익성이 크게 약화된 탓에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추세다.
한국신용평가는 "현재 제기되는 위험 요인들이 일부 현실화된다면 민간 석탄발전사의 영업·재무적 안정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며 "신용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증가하면 신용도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앞서 지난해 말 또 다른 국내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도 민간 석탄발전사의 사업 강제 종료 위험과 차환 위험이 부각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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