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그룹의 단기 차입 규모가 불어나고 있다. 주력 사업인 의류와 유통을 비롯해 외식·레저산업 등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여파로 분석된다.
31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랜드그룹 지주사인 이랜드월드는 전날 12차례에 걸쳐 기업어음(CP) 416억원을 발행했다. 만기는 59일과 120일이며 개별 어음 발행액은 적게는 5억원에서 최대 92억원이다. 이랜드월드가 올들어 발행한 CP 총 규모는 총 1259억원에 달한다. 만기 3개월짜리 단기사채도 953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지난해 1분기 별도기준 단기차입 규모 1100억원대에 비해 대폭 늘어난 규모다.
이랜드그룹은 2010년대 초중반 공격적인 기업 인수합병(M&A)과 중국 유통망 투자 등으로 재무 상황이 악화된 이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악전고투를 지속하고 있다. 재무적 투자자에게 잇따라 전환우선주(CPS)를 발행하고 2017년 패션브랜드 티니위니 및 모던하우스 매각해 현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주력계열사 이랜드리테일의 기업공개(IPO)도 추진하기로 하고 프리IPO로 큐리어스파트너스 등 사모펀드(PEF) 컨소시엄에 지분을 팔아 6000억원을 받기도 했다. 2017년말 부채비율 및 차입금의존도를 198%, 41.9%으로 각각 낮추는 데 성공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지만 이랜드 그룹의 시련은 계속됐다. 이랜드리테일의 상장이 연기되면서 일부 PEF에 팔았던 지분을 되사오면서 4800억원이 나갔다. 2019년엔 회계기준 변경으로 리스부채 7054억원까지 장부상에 더해졌다. 결국 이랜드월드는 로이드(LLOYD), 오에스티(OST) 브랜드가 포함된 쥬얼리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시몬느PE에 매각해 돈을 마련했다. 같은해 패션 브랜드 케이스위스도 3000억원에 중국 기업에 팔면서 부채비율을 200%이하로 유지했다.
이랜드그룹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다시 어려움에 빠졌다. 2020년 9월말(가결산 연결기준) 총차입금이 4조 7419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08.3%로 치솟았다. 이 가운데 단기성차입금(연결기준)이 2조3762억원으로 보유한 현금성자산 7114억원 규모 대비 크게 늘었다.
이랜드 월드가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면 전반적인 영업실적을 개선하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용평가사들은 그룹 매출의 47%를 차지하는 패션사업 매출 가운데 40%이상이 중국 계열사에서 나오는 등 중국 의존도가 큰 점을 위험요소로 꼽는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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