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31일(현지시간) 2조달러(약 2260조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인프라 규모 등은 시장이 예상한 대로였다. 다만 전통 인프라보다 그린 인프라 비중이 두 배가량 많다는 점에 시장은 반응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전통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비중이 25%를 차지했다. 그린 인프라 투자 비중은 약 50%에 달했다. 미국이 대면한 가장 큰 문제로 ‘기후 변화’와 ‘중국 굴기’를 꼽을 만큼 관련 분야 투자에 집중됐다.
계획이 발표되자 최근 주가가 급등한 전통 인프라 관련주는 하락했다. 건설 중장비 업체 캐터필러(CAT)가 0.52%, 건설용 석재 및 콘크리트 업체 벌컨머티리얼스(VMC)는 2.02% 하락했다. 건설용 장비 대여 업체 유나이티드렌털(URI) 주가는 1.17% 떨어졌다.
친환경 에너지 관련주는 급등했다. 전날 주가가 급등했던 종목도 포함됐다. 주거용 태양광 패널 설치 및 에너지 저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선노바(NOVA)는 30~31일 이틀간 25.6%, 풍력 타워 제조업체 브로드윈드에너지(BWEN)는 31.7%, 연료전지 기업 블룸에너지(BE)는 15.6% 올랐다.
전기차 충전소를 운영하는 차지포인트(CHPT)는 같은 기간 무려 27.6% 상승했다. 테슬라도 마찬가지였다. 30일 3.98% 오른 데 이어 31일 5.08% 오른 667.93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바이든 대통령이 전기차 시장에 1740억달러를 투자하고, 2030년까지 전기차 충전기 50만 기를 설치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시장에서는 전력 등 전통 인프라에 대한 투자도 결국 친환경 에너지 확산에 기여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의 노후한 전력 송배전망이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의 걸림돌이 돼 왔기 때문이다. 이재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전력 인프라 투자는 기존 석탄화력 중심 발전에서 친환경 에너지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날 인프라 정책 발표 이후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 1.74%로 상승했다. 금리 상승에도 기술주 위주의 나스닥지수는 하락하지 않았다. 친환경 관련주의 질주에 나스닥지수는 1.5% 올랐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포트폴리오 전략 차원에서는 전통 SOC보다 그린 에너지 관련주의 반등 가능성이 더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 친환경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는 연초 고점을 찍은 뒤 미 국채 금리 상승으로 조정을 거쳤다. iShares S&P Global Clean Energy ETF(ICLN)는 지난 1월 7일 33.41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조정받아 31일 기준 24.3달러로 27% 하락한 상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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