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부총리는 전임 김동연 부총리가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갈등을 빚고 물러난 직후 취임했다. 2018년 12월 11일 취임해 2년4개월간 일하며 이명박 정부 시절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842일)의 직전 최장수 기록을 넘어섰다. 다만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이 장기 집권한 군사 정부 시절에는 홍 부총리보다 오래 경제 수장을 맡은 인사가 몇몇 있다. 남덕우(1547일)·신병현(1307일)·장기영(1241일)·태완선(989일)·김학렬(946일)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 등이다.
좀처럼 깨기 힘든 기록을 세웠지만 홍 부총리는 정책 수행 과정에서 여러 부침을 겪었다. 취임 직후인 2019년 여름부터 시작된 일본과의 무역 갈등에 따른 악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지난해 2월부터 국내 확산이 본격화한 코로나19에 맞서 최근까지 다섯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경제 위기 속에 정치권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한 홍 부총리의 소신은 번번이 밀렸다. 지난해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했지만 총선을 앞두고 보편 지원을 주장하는 여당의 목소리를 뛰어넘지 못했다. 주식 양도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요건을 단일 기업 주식가치 10억원 이상에서 3억원 이상으로 강화하려다 주식시장 침체를 우려한 정치권의 압박에 물러서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가 반복되며 국가 부채는 966조원까지 불어났다.
재정 건전성과 관련된 본인의 뜻을 펴지 못하자 지난해 11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사표가 반려되자 곧바로 업무에 복귀했다. “청와대와 여당 입장에서 다루기 쉬운 인물이었기에 부총리직을 오래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정부 안팎에서 나오는 부분이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4차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 요구를 막아내는 등 과거보다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홍 부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신임을 받고 있는 만큼 이번 정권말까지 경제사령탑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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