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나가야가 쓴 《세계사를 바꾼 21인의 위험한 뇌》는 이처럼 뇌질환이 세계사에 끼친 영향에 주목했다. 마오쩌둥, 잔다르크 등 21명의 위인이 앓았던 뇌질환과 여기에 얽힌 뒷이야기를 소개한다. 저자는 “세계사를 돌이켜 볼 때 주요 위인들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할 때가 있다”며 뇌질환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뉴딜정책을 폈던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고혈압과 뇌출혈을 앓았다. 질환 탓에 1945년 얄타회담에 집중하지 못했고, 회의 결과는 소련에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소련의 붕괴를 촉발시킨 것도 뇌질환이었다. 1960년대부터 미국과 치열하게 냉전을 벌이던 레오니트 브레즈네프는 ‘혈관 치매’를 앓았다. 1970년대 들어 질병이 악화됐으나 후계자를 정하지 못했고, 소련 공산당은 집단 지도 체제에 돌입했다. 고르바초프의 등장과 개방정책, 소련의 붕괴는 이런 흐름 속에서 가능했다고 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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