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는 수요와 공급의 지루한 심리 싸움입니다. 시간과의 싸움이라는 말입니다. 대부분 투자자는 시간과의 싸움에서 집니다. 너무 빠른 시기에 매도를 선택하든지, 기다리다 지쳐 팔고 나면 가격이 오릅니다. 너무 빨라도 안 되고 너무 늦으면 위험할 수 있습니다. 어깨에 사서 무릎에서 팔라는 주식시장의 격언처럼 부동산도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주식시장에서 시간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은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것입니다. 투자 시점을 분산하면 시간이 고려 대상에서 사라지니 상품에 집중하게 됩니다. 상품에 집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임을 모두가 알지만 극소수 투자자만 이렇게 행동합니다. 그러다 보니 적립식이라는 강제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입니다. 부동산도 마찬가지인데, 2015년에 투자한 상품과 2020년에 투자한 상품의 수익률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상품도 중요하지만 타이밍을 무시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이러다 보니 자꾸 시간에 관심이 가고 상품보다는 타이밍에 집중하게 됩니다. 이런 박약한 의지를 북돋울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토지가 대표적으로 수요의 확장성이 큰 상품입니다. 주거상품 중에는 강남아파트가 수요의 확장성이 클까요? 아무리 강남의 아파트라도 매수자의 상당수는 강남지역 거주자들입니다. 주택의 수요 확장 정도는 전국적으로는 20% 내외입니다. 특정 지역의 주택을 매입하는 10명 중 2명은 외지인이라는 말입니다. 지역적으로는 수도권은 외지인 매입 비중이 높고 지방은 낮습니다. 참고로 아파트의 경우 2020년 1월에서 2021년 2월까지 서울 이외 지역 거주자가 가장 많이 매입한 기초자치단체는 중구로서 무려 29.01%에 달했습니다. 다음은 구로구(27.4%), 송파구(25.46%), 강남구(25.29%) 그리고 금천구(23.19%) 순이었습니다.
이에 비해 토지 수요는 전국적입니다. 제주 제2공항이 건설되는 지역의 외지인 소유 비중은 50%에 가까웠습니다. 이는 제주도 내의 소유자 비중과 큰 차이가 없었다는 말입니다. '물 반 고기 반'에 가깝다는 말이겠지요. 이러한 현상은 제2공항 발표가 있기 전 3년 사이에 집중적으로 이뤄진 토지거래의 결과라고 합니다. 이렇게 개발 이슈가 크게 부각된 지역의 경우 대부분 외지인 보유 비중이 급격히 늘어나기 일쑤이며, 개발이슈가 부각되기 직전에 이뤄진답니다. 그만큼 토지는 수요의 확장성이 큰 상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소득수준이 강남아파트를 매입할 자산가들이 아닌 분들이 훨씬 더 많은데 수요의 확장성이 뛰어날 수 있을까요. 명품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명품의 수요층은 전 국민입니다. 현재는 여건이 되지 않아 구입하지 못하지만 언젠가는 살 수 있다는 기대를 합니다. 즉 구매력이 뒷받침되는 유효수요가 아니더라도 가수요를 유도할 수 있으므로 수요의 확장성이 뛰어난 겁니다. 언젠가는 강남으로 진입할 것이란 분들이 주변에도 많습니다. 부동산의 확장수요는 갈아타기 수요인 경우가 많습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도심 등 주거 선호지역에 대한 수요 확장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주거 선호지역 거주자들 중 상당수는 은퇴(예정) 계층입니다. 이 지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이후에 입주한 연령층이란 말입니다. 일자리, 학군 등 생활 인프라 수준이 높아 정착했지만 자녀들이 모두 분가한 이후에도 굳이 그 지역을 떠나지 않습니다. 다양한 커뮤니티가 지역 거주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오히려 떠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주택은 토지에 비해서는 수요 확장성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가장 확장성이 높은 곳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SWCU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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