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의 악당 타노스(조쉬 브롤린 분)와 그에 맞선 히어로들의 처절한 투쟁을 다룬 영화 ‘어벤져스’ 시리즈. 생명체는 빠르게 늘어나는데 자원은 부족하다는 이유로 타노스는 손끝을 튕기는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우주 생명의 절반을 죽인다. 그래야 우주가 행복할 수 있다는 타노스의 철학은 영국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의 주장과 맞닿아 있다. 맬서스는 1798년 내놓은 ‘인구론’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데 비해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데 그치기 때문에 인구가 줄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맬서스 인구론이 논파된 이후에도 맬서스 이론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됐다. 1972년 로마클럽 소속 경제학자와 기업인들이 발간한 ‘성장의 한계’라는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 보고서는 인구증가, 공업화, 식량감소, 자원고갈, 환경오염 등 다양한 지표를 바탕으로 100년 후의 미래를 예상했다. <그래프>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로마클럽 연구자들은 2020년을 인류문명에 변화가 생기는 정점으로 보고 100년 안에는 인류가 멸망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봤다. 이른바 성장의 한계다. 맬서스가 인구에 비해 식량 생산량이 부족할 것이라고 봤던 것처럼 로마클럽 구성원들은 인구에 비해 석유 등 천연자원이 크게 부족하다고 봤다. 이들을 신맬서스주의자라고 부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5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오히려 반대다. 로마클럽 보고서는 30년 안에 석유가 고갈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채굴기술 발전 덕에 셰일오일 같은 새 에너지원이 발굴되면서 원유 생산량은 오히려 늘었다. 지난해 4월엔 원유 수요가 급감할 것이란 전망에 유가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어벤져스 3편인 인피니티워의 마지막 장면. 임무를 완수한 타노스의 눈은 공허하다. 원하던 바를 이룬 타노스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었던 인류도 모두 불행해졌다. 잘못된 자기확신은 언제나 파멸이다.
사람이 모여 일을 하는 기업에 관심이 많은 경영학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팀’이 만들어내는 성과에 주목했다. 개인이 모여 팀을 이뤘을 때 생기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연구해 이름을 붙였다. 부정적인 효과의 대표 사례는 링겔만 효과다. 독일 심리학자 막스 링겔만의 이름에서 따왔다. 링겔만 효과는 집단 역량이 개인 역량을 합친 것보다 적은 현상을 뜻한다.
링겔만은 이를 줄다리기 실험으로 설명한다. 링겔만의 실험에서 한 명이 줄을 당겼을 때 개인이 내는 힘은 63㎏이었다. 그런데 세 명이 함께 줄을 당기니 개인이 쓴 힘은 53㎏으로 줄었다. 여덟 명일 때에는 한 명이 혼자 쓰던 힘의 절반만 썼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이 당겨주겠지’ 하는 무임승차 문제와 ‘내가 살살 당기고 있는 걸 남들은 모르겠지’라는 익명성 문제가 나타난 사례다.
어벤져스는 메디치 효과의 대표 사례다. 닥터스트레인지(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타노스에 맞서 이길 수 있는 경우의 수를 계산하고, 아이언맨과 헐크는 시공간을 뛰어넘는 타임머신을 개발해냈다. 각자의 능력을 활용해 팀 목표에 기여한 결과 혼자서는 이루지 못했을 성과를 낸다. 어벤져스 멤버들은 조금씩 어긋나는 개인의 목표와 관계에도 불구하고 끈끈한 팀워크를 유지한다. 타노스를 제압한다는 뚜렷한 목표가 있었고, 구성원은 어떤 경우에도 사적인 이익보다는 팀의 목표를 앞에 뒀기 때문이다. 어벤져스를 꿈꾸는 직장인이라면 한번쯤 되새겨봐야 할 일이다.
나수지 한국경제신문 기자 suji@hankyung.com
②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는 인류의 무분별한 자원 낭비과 환경 오염에 대한 자연계의 반작용이라고 볼 수 있을까.
③ 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우리의 경제 규모가 급속히 쪼그라들 것이라는 우려가 큰데 저출산은 반드시 재앙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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