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런 지위는 오래가지 못했다. 2010년 들어 통신사업의 성장이 정체됐고, 요금인하가 발목을 잡았다. 5세대(5G) 이동통신 시대가 왔지만, 통신사로선 막대한 자금을 기지국 설치에 쏟아부어야 했다. 이 여파로 주가는 지난 5년간 박스권에 갇혔다. 그랬던 SK텔레콤 주가가 최근 상승세다. 지배구조 개편 계획이 발표되면서다. 하지만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
증권업계에서는 SK텔레콤을 사업회사와 지주회사로 분리하는 인적분할안을 유력하게 보고 있다. SK텔레콤의 이동통신부문이 사업회사로, SK하이닉스 ADT캡스 11번가 등 비통신 부문이 지주회사로 들어가는 구조다. 인적분할을 거치면 기존 주주들은 사업회사와 지주회사의 주식을 지급받게 된다. 지주사는 SK 그룹 내에서 중간지주사가 된다.
투자자들이 기대를 거는 것은 인적분할 시 회사의 전체 기업가치가 확대됐다는 점이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분할 이후 재상장 첫날 합산가치가 2조9000억원에서 3조6000억원까지 확대됐다. 현대산업개발(3조5000억원→4조4000억원), 현대중공업(12조5000억원→16조8000억원) 등도 시가총액이 확대됐다.
NH투자증권은 분할 후 SK텔레콤의 합산가치를 현재 시총인 22조6895억원보다 높은 27조3000억원으로 전망했다. 통신사업에 갇혀 있었던 자회사들의 가치가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SK브로드밴드, ADT캡스 등이 대표적이다.
목표한 시가총액까지 오르려면 주가는 현재보다 20% 올라야 한다. 최근 주가가 올랐음에도 상승 여력이 더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분기배당을 발표한 점도 호재가 됐다. 배당총액은 늘지 않지만 외국인과 패시브 자금 유입에 긍정적이다.
하지만 문제가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인적분할 후 합산가치가 오히려 줄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통신사업이라는 특수성과 그룹 지주사인 SK와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근거다. 사업회사는 순수 통신사가 되기 때문에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중간 지주회사는 SK와 합병하면서 가치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다.
중간지주회사가 SK와 합병하지 않거나 미룰 것이라는 언급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처럼 중간지주회사가 SK에 합병할 것으로 시장에서 보고 있으면, 중간지주회사의 가치가 지배구조 개편 직후부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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