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 투자 실패하자 직원 무더기 해고한 '국내 최초 장애인기업'

입력 2021-04-04 16:22   수정 2021-04-05 10:22


국내 최초 장애인기업으로 유명한 정립전자가 대규모 투자실패와 무리한 직원 해고 등으로 행정제재를 받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15년에도 회사 대표 등의 수 백억원대 횡령 사건이 있었던 정립전자가 반복적인 사건사고에 시달리면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관리감독 체계를 손질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에 대한 일부 이사 해임 건의 등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김정희 이사장을 비롯해 총 11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립전자의 경영실패 등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협회 이사진이 선관주의 의무를 지키지 않았는지, 이에 대해 시가 이사해임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법률자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립전자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 당시 이 회사의 대표를 맡고 있던 서 모 전 대표가 마스크제조업 진출을 추진하며 비롯됐다. 서 전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약 20억원에 세 대의 비말차단 마스크 제조설비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공장 리모델링 등을 합치면 마스크사업 진출에 총 40여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중 두 대는 고장나 마스크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고 그나마 기존에 찍어냈던 마스크도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승인을 받지 못해 불법 생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산 마스크 제조설비를 고가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분당 100장을 생산할수 있는 국산 설비가 대당 2억원 안팎인데 반해 이 설비는 분당 300장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대당 6억4000만원에 수입한 것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무리하게 중국 설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임원진 등이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뒷돈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결국 대규모 투자에도 마스크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정립전자는 장애인을 포함한 수 십명의 직원을 무더기 해고했다. 현재는 장애인근로자 63명과 일반근로자 17명 등 80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서울 광진구 소재인 정립전자의 관할관청인 서울시와 광진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서울시에 보조금 중단 등 특단의 대책을 동원해야한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지만, 서울시는 보조금 지급을 유지할 방침이다.

정립전자는 매년 서울시 9억원 등 12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보조금은 종사자 인건비와 수도요금 등 관리운영비로 투입되는 만큼 보조금을 줄이면 직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해명했다.

정립전자는 1989년 소아마비협회 산하단체인 정립회관과 삼성전자가 공동출자해 설립한 장애인 기업이다. 발광다이오드(LED)조명, 폐쇄회로TV(CCTV), 도로안내표지판 등을 생산해왔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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