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수도인 세종시가 공직자 땅 투기 의혹으로 얼룩지고 있다. 시 공무원과 시의원들이 연루 혐의로 잇따라 수사를 받더니, 급기야 중앙부처인 행정안전부 현직 공무원까지 투기 의혹에 연루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2012년 국내 유일의 특별자치시로 지정돼 각종 개발 계획이 쏟아진 만큼 조성 초기부터 투기 방지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던 게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들이 산 땅은 세종시가 추진하는 ‘공공시설 복합단지’ 사업지 주변이다. 이 사업은 금암리 30만5000㎡에 업무 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2018년 7월 개발계획안이 처음 고시됐다. 이후 사업이 지연되자 세종시는 지난해 말 개발계획 변경안을 새로 고시했다.
경찰은 세종시가 이 같은 변경안을 내놓기 직전 이들이 땅을 공동 매입한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은 지난달 세종시청과 시내 공인중개업소 등을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해당 토지가 개발될 것이라는 내부 정보를 이용해 투기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세종시 공무원과 행안부 공무원의 관계도 조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의회 B의장은 2016년 6월 어머니 명의로 조치원읍 봉산리 땅(1812㎡)을 매입한 뒤 도로포장 예산을 편성해 논란이 됐다. 이 일대는 서북부지구 개발과 함께 주변 도로가 개통되면서 땅값이 크게 올랐다. 매입 당시 B의장은 산업건설위원회 소속이어서 내부 정보를 이용해 땅을 산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세종시의회 C의원도 스마트 산단 예정지 땅(2만6182㎡)을 매입한 뒤 해당 토지가 개발지로 지정되도록 직위 등을 남용했다는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9일과 30일 세종시의회를 두 차례 압수수색해 의회 회의록과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했다. 시세 차익을 노리고 산단 예정지 주변에 조립식 주택을 지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세종시 공무원 3명과 민간인 4명도 부패방지법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지금도 세종시는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등 개발이 한창이어서 투기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다. 토지를 헐값에 대량으로 매입한 뒤 여러 필지로 쪼개 파는 기획부동산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세종시는 밟는 곳마다 투기 아닌 곳이 없는 지뢰밭”(여영국 정의당 대표)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종시는 인구가 늘고 도시 규모가 커져 투기가 뿌리박을 수밖에 없는 곳”이라며 “세종시 공무원을 비롯해 지방의회 및 공기관 직원을 전수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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