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봉순 한국PCO협회 회장(59·사진)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로 1년째 멈춰선 관광시장을 단계적으로 재가동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외래 관광객을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통제와 관리가 가능한 분야부터 받아들여 방역시스템 등 수용 태세를 고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멈췄던 기계를 재가동할 때 예열이 필요하듯 관광시장도 재개에 앞서 준비와 점검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22년 경력의 국제회의전문가(PCO)인 이 회장은 마이스(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 중 컨벤션이 관광 수용 태세를 점검하는 테스트베드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컨벤션은 참가자의 신원과 체류 기간을 사전에 파악하고 행사 일정에 따라 동선 관리와 통제가 가능해서다. 그는 “출국 전 백신 접종 여부와 진단 결과를 확인하고 공항부터 호텔, 행사장까지 정해진 동선에 따라 움직이는 트래블버블(비격리 여행권역) 도입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국제사회에서 한국과 함께 방역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싱가포르가 포스트 코로나 시장 주도권 선점 경쟁에서 한발 앞서고 있다고 평가했다. 경제의 관광 의존도가 높아서 재개를 서두른다고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싱가포르는 지난달 창이공항 인근에 비즈니스 관광객 전용 비격리 시설인 ‘커넥트 엣 창이(Connect at Changi)’를 열었다. 객실 150개와 회의실 40개, 피트니스센터 등 호텔급 시설을 갖춘 커넥트 엣 창이는 이용객이 입출국 때 격리 조치를 받지 않아도 된다. 비즈니스 관광객 전용 비격리 시설을 조성한 건 싱가포르가 세계 최초다.
관광·마이스 재개를 위한 다양한 시도에 나서는 싱가포르와 달리 행사 방역 기준을 강화하려는 국내 상황에 대해 이 회장은 “전시컨벤션을 비즈니스 활동이 아니라 일회성 이벤트로 보는 그릇된 인식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컨벤션기획사 리컨벤션 대표인 그는 지난달 한국PCO협회 8대 회장에 취임했다. 비수도권 지역 컨벤션기획사 대표가 협회 회장을 맡은 건 처음이다. 이 회장은 컨벤션 분야 연구개발(R&D) 투자와 지원 확대를 임기 중 목표로 꼽았다. 그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는 20년에 걸친 연구개발 투자로 문화와 예술, 비즈니스가 융합된 글로벌 이벤트로 성장했다”며 “컨벤션 업계와 정부·지방자치단체의 연구개발 투자와 지원을 늘려 대행 중심의 산업구조와 체질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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