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vs 네이버, 글로벌 콘텐츠 무한경쟁

입력 2021-04-04 17:42   수정 2021-04-05 00:44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에 관심을 보인 건 카카오만이 아니었다. 대형 글로벌 벤처캐피털(VC) A사도 래디쉬에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A사가 적어낸 금액은 카카오(4000억)보다 훨씬 많은 7000억원. 그럼에도 래디쉬는 카카오를 선택했다. 카카오와 콘텐츠 저작권(IP) 비즈니스에서 힘을 모으면 시너지가 클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가 래디쉬 인수를 추진하며 네이버와 글로벌 IP 비즈니스 전쟁이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카카오는 래디쉬, 네이버는 왓패드를 앞세워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경쟁에 나설 전망이다.

IP 비즈니스 본격화하는 카카오
래디쉬는 모바일 특화 웹소설 플랫폼이다. 현지 작가 생태계를 중심으로 집단 창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해 매출이 22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배가량 늘어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창업자는 1991년생 한국인 이승윤 대표다.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정치·철학·경제를 전공한 이 대표는 2016년 래디쉬를 창업했다. 수 존슨 전 ABC 부사장, 신종훈 카카오페이지 공동창업자 등을 영입해 북미를 중심으로 사업하고 있다.

카카오가 래디쉬를 인수하는 핵심 이유는 IP 비즈니스다. 래디쉬의 ‘이야기 IP’를 다른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기본적으로 래디쉬의 웹소설 IP를 웹툰화해 카카오 웹툰 플랫폼으로 유통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의 웹소설 원작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 같은 히트작을 내놓겠다는 계산이다. 이 작품은 누적 조회 수 6억2000만 건, 누적 매출 400억원을 달성했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 다른 장르로 IP를 확장할 수도 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에 IP를 판매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OTT 업체들은 세계 각국 콘텐츠 IP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유통되는 네이버웹툰 원작 드라마 ‘스위트홈’은 한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대만 등 8개국에서 시청률 1위에 올랐다. 카카오페이지의 IP 기반 영화 ‘승리호’도 넷플릭스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드라마 웹툰 등 세계 콘텐츠 시장 규모는 지난해 2조2949억달러를 기록했다. 2024년 2조796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래디쉬와 왓패드 등 웹소설 플랫폼 IP의 확장 가능성은 천문학적 수준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네이버 왓패드 인수에 ‘맞불’
카카오가 래디쉬를 인수한 또 다른 이유는 웹소설 시장에 최대한 빠르게 진입해 네이버에 ‘IP 비즈니스 패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서다. 네이버는 IP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 웹소설·웹툰 시장 굳히기에 들어갔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외부 법인 투자로는 역대 최대 금액인 6500억원을 들여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인수했다. 왓패드는 래디쉬의 경쟁사로 월간 이용자 수(MAU)가 9000만 명에 달한다. 네이버가 2014년부터 자체 육성한 웹툰 플랫폼 ‘웹툰’은 미국 내 매출 1위다. 2월에는 2위 웹툰 플랫폼 태피툰을 운영하는 콘텐츠퍼스트에 334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했다.

반면 카카오는 미국 시장에서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 3위 웹툰 플랫폼 타파스의 지분 40%를 쥐고 있지만 아직 경영권을 확보하진 못했다. 래디쉬를 인수함으로써 전세를 역전시키겠다는 게 카카오의 복안이다. IT업계는 카카오가 일본 웹툰 시장에서 픽코마를 키워 네이버를 따라잡은 만큼 미국에서도 같은 상황을 연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 시장 규모가 8098억달러로 세계에서 가장 크다.

구민기/김채연 기자 ko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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