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정립전자를 운영하는 한국소아마비협회에 대한 일부 이사 해임 건의 등 제재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소아마비협회 이사회는 김정희 이사장을 비롯해 총 11명의 이사진으로 구성돼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정립전자의 경영 실패 등 최근의 논란과 관련해 협회 이사진이 선관주의 의무를 지켰는지, 이에 대해 시가 이사해임 요구를 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법률자문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립전자를 둘러싼 논란은 지난해 하반기 당시 이 회사 대표를 맡고 있던 서모 전 대표(시설장)가 마스크제조업 진출을 추진하면서 불거졌다.
서 전 대표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자 약 20억원에 세 대의 비말차단 마스크 제조설비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공장 리모델링 비용 등을 합치면 마스크사업 진출에 40여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이 중 두 대는 고장나 마스크를 제대로 생산할 수 없었고, 기존에 찍어낸 마스크도 식품의약품안전처 승인을 받지 못해 불법 생산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중국산 마스크 제조설비를 고가 매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분당 100장을 생산할 수 있는 국산 설비가 대당 2억원 안팎인 데 비해 이 설비는 분당 300장 생산능력을 갖췄다는 이유로 대당 6억4000만원에 수입한 것이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무리하게 중국 설비를 들여오는 과정에서 임원진 등이 페이퍼컴퍼니 등을 통해 뒷돈을 챙긴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말했다.
대규모 투자에도 마스크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자 정립전자는 장애인을 포함한 수 십명의 직원을 무더기 해고했다. 지금은 장애인근로자 63명과 일반근로자 17명 등 80명이 남아 있다.
이와 관련, 서울 광진구에 있는 정립전자의 관할관청인 서울시와 광진구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된다.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선 서울시에 보조금 중단 등 특단의 대책을 동원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서울시는 보조금 지급을 유지할 방침이다. 정립전자는 매년 서울시 9억원 등 12억원의 보조금을 받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보조금은 종사자 인건비와 수도요금 등 관리운영비로 투입되는 만큼 보조금을 줄이면 직원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해명했다.
정립전자는 소아마비협회 산하단체인 정립회관과 삼성전자가 공동출자해 1989년 설립한 장애인 기업이다. LED(발광다이오드) 조명, 폐쇄회로TV(CCTV), 도로안내표지판 등을 생산해왔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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