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선거는 이번만이 아니다

입력 2021-04-04 18:16   수정 2021-04-05 00:11

이래서 정치는 생물이라고 했을까. 1년 전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더불어민주당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코로나19 방역 성공이 초반 분위기를 이끌었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50%를 훌쩍 넘었다. 여당 후보들은 ‘대통령 팔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총선 하루 전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을 미리 받으라”며 측면지원했다. 야당은 맥을 못 췄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황교안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은 엇박자를 냈다. 야당 후보들의 ‘세월호 막말’은 유권자의 등을 돌리게 했다.
1년 전과 딴판인 선거 판세
여당은 기세를 실제 투표로 이어가기 위해 사전투표를 독려했다. 문 대통령은 “(총선) 당일에는 밀릴지 모르니 사전투표로 좀 분산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역대 최고 사전투표율(26.69%)이었다. 야당은 ‘샤이 보수’에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헛된 꿈이었다. 전례 없는 민주당의 압승. 180석 거대 여당은 그렇게 탄생했다.

요즘 분위기는 전혀 딴판이다. 여론조사 공표 금지 전 조사만 보면 국민의힘의 대승이다. 서울·부산시장 모두 20%포인트 안팎의 격차로 야당이 앞서 있다. 유세 현장에는 ‘문재인 대통령’이란 말이 사라졌다.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점퍼에 당명까지 지웠다. 당내에는 ‘X맨’이 속출했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고민정 민주당 의원 등이다. ‘K방역’과 달리 코로나 백신 접종에선 정부 무능이 드러났다.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률은 1.62명으로 세계 최하위권(111위)이다. 부랴부랴 4차 재난지원금을 뿌리고 있지만 약발은 예전 같지 않다. 이번엔 여당이 ‘샤이 진보’를 말한다. 지난 2일 사전투표한 문 대통령은 “수고한다”는 말만 남긴 채 5분 만에 조용히 투표장을 떠났다. 야당이 사전투표를 적극 권했다.

지난 1년간 정부·여당의 오만과 독선은 선거 판세를 180도 돌려놨다. 규제 일변도의 부동산 대책은 ‘25전 25패’다. 지난 4년간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가격은 1900만원 가까이 급등했다. 총선 승리에 취해 강행한 ‘임대차 3법’은 전·월세 시장을 요동치게 했다. ‘기업규제 3법’, 노동관계법, 중대재해처벌법 등도 줄줄이 강행 처리됐다. 하나같이 기업을 옥죄는 법이다. 거여(巨與) 입법 독주였다. 야당은 물론 국민도 안중에 없었다. ‘검찰개혁’이란 명분 속에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 간 갈등은 1년 넘게 이어졌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투기 의혹은 국민 분노의 도화선이 됐다. 여권의 ‘부동산 내로남불’은 이런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위선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선거 결과 떠나 약속은 지켜야
재·보궐선거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다급해진 여당은 부동산 정책 뒤집기에 나서고 있다. 공시가격 시가 반영의 속도를 조절하고 서민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규제 완화를 검토한다고 한다. 박 후보는 공공 개발지에도 민간 재개발·재건축을 허용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의 ‘ESG 경영’ 참여를 힘껏 돕겠다”고 약속했다. 청와대는 기업인들과 소통 프로그램을 마련해 규제 완화 해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여당도 규제혁신 입법에 나서기로 했다.

이번 재·보선에서 여당이 ‘샤이 진보’ 결집으로 역전하든, 야당의 ‘정권 심판론’에 밀려 패하든 한번 내뱉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할 것이다. 정책은 여건과 상황에 따라 바뀔 수 있고, 잘못된 건 바로잡아야 한다. 선거는 이번만이 아니다. 바로 1년 뒤가 대선이다.

ceo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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