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침의 시] 무거운 말 - 신미나(1978~)

입력 2021-04-04 17:47   수정 2021-04-05 01:03

요새 택배비 얼마나 한다고
저 무거운 걸 지고 다녀
거지같이

누구더러 하는 소린가 했더니

붐비는 사람들 사이로
아버지가 온다
쌀자루를 지고 낮게 온다

거지라니,
불붙은 종이가
얼굴을 확 덮친다

다 지난 일인데
얼굴에 붙은 종이가
떨어지지 않는다

시집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창비) 中

꽃이 피었습니다. 나무들이 푸른 잎을 뱉어냅니다. 백신 접종도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일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봄이 배달해온 꽃처럼 농사짓는 아버지의 얼굴도 햇볕 아래 놓입니다. 무거운 쌀가마니, 아직도 그걸 지고 다니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순간 누군가 뱉은 말, “거지같이” 그 말이 불붙은 종이가 되고 말았습니다. 다 지난 일인데, 왜 잊혀지지 않을까요? 봄꽃이 딸아이 얼굴 보고 싶어서 짊어진 아버지의 쌀가마니 같습니다. 무거운 계절을 이고 지고 온 봄꽃입니다. 남쪽의 아버지가 보고 싶어집니다. 오늘은 화상전화로 오랫동안 안부를 묻고 싶네요.

이소연 시인(2014 한경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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