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양천구 목동11단지 재건축 안전진단 최종 탈락 후폭풍이 거세다. 잇단 2차 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탈락에 분노한 목동 주민들이 대형 현수막을 설치하는 등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불투명해지면서 매물의 호가를 내리는 집주인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다만 서울시장 선거 후 규제를 풀어줄 것이라는 기대는 여전한 상황이다.
6개월 만에 다시 걸린 항의 현수막
5일 목동11단지 재건축추진위원회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일 11단지 벽면에 초대형 현수막 4개를 내걸었다. 이들 현수막에는 ‘피같은돈 공중분해 주민들은 울고 있다’ ‘밀실행정 통과기준 국토부는 응답하라’ ‘주민안전 볼모잡는 안전진단 철폐하라’ 등의 문구가 적혔다.목동11단지에는 지난해 10월 목동9단지가 적정성 검토에서 고배를 마시자 이에 항의하는 취지의 붉은 현수막을 설치한 바 있다. 당시 ‘비가 오면 천장 샌다. 니가 와서 살아봐라’ ‘죽기 전에 신축 지어 멀쩡한 집 살고 싶다’ 등의 내용이 담긴 현수막이 부착됐다.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불통’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이 크다. 안전진단 탈락 여부와 사유 등을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안전진단 결과가 나왔다는 기사가 나온 뒤에도 구청 측은 내부 논의 등의 이유로 답변을 미뤘다”며 “이에 300명가량의 소유자가 모여 있는 단톡방에서 내부 투표를 거친 끝에 현수막 설치와 문구 등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양천구청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목동11단지의 안전진단 통과 불발 사실을 발표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건축에 다시 도전하려면 주민들이 추가 비용을 대야 한다. 재건축 안전진단은 ‘예비안전진단→정밀안전진단→적정성 검토’ 순으로 진행된다. 이 중 정밀안전진단은 주민들이 자체 모금한 금액으로 받아야 한다. 정밀안전진단을 위해 주민들이 모금한 금액은 목동11단지의 경우 약 2억원, 목동9단지는 3억원에 달한다. 추진위 관계자는 “추후 정밀안전진단을 재신청하려면 주민들의 돈을 다시 거둬야 한다”며 “자금 부담이 커져 주민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했다.
호가는 주춤…새 서울시장 기대 커
안전진단 탈락에 따른 실망감이 반영되면서 목동11단지 호가는 주춤하고 있다. 목동11단지 최고가 거래는 올초 전용 51㎡는 11억원, 66㎡는 13억6000만원에 이뤄졌다. 양천구 신정동 A공인 관계자는 “안전진단 통과를 예상한 일부 집주인이 시세에 비해 1억~2억원 높은 호가에 매물을 내놨지만 탈락 소식이 전해지자 호가를 곧바로 5000만원가량 내리고 있다”고 전했다.안전진단을 추진 중인 주변 단지도 보합세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신월동 신월시영 전용 43㎡는 올 1월 6억2500만원에 신고가를 경신한 뒤 호가가 6억5000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달 들어 2500만원가량 떨어졌다. 지난달 31일 목동8단지가 총 14개 목동 신시가지 아파트 중 마지막으로 정밀안전진단을 통과한 호재도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 모습이다.
다만 목동9단지 탈락에 따른 학습효과로 실망매물이 쏟아지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게 일대 중개업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당시 목동9단지는 가격이 일시 조정을 받았지만 올 들어 오름세가 되살아났다. 양천구 목동 B공인 관계자는 “매수 문의는 뚝 끊겼지만 호가가 조금 떨어지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새 서울시장이 선출되면 지지부진한 목동 지구단위계획 등이 조속히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고 말했다.
안전진단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6·17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적정성 검토를 최종 통과한 서울 아파트는 도봉구 ‘삼환도봉’(660가구) 한 곳에 그쳤다. 정부 기조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등 ‘깜깜이 안전진단’에 대한 불만도 크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택 공급 활성화를 강조하면서 재건축의 첫 관문인 안전진단을 강하게 규제하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강화된 안전진단 기준에 대한 논란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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