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기업경영과 투자업계의 화두가 되고 있다. ESG를 빼면 얘기가 되지 않을 정도라는 말도 들린다. 실제 기업들은 소비자와 투자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ESG경영에 나서고 있다.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의 대세가 된 것은 작년부터다. 하지만 금융시장은 ESG가 메가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알고 있었다. ESG 상장지수펀드(ETF)는 2002년 미국에서 처음 나왔다. 2018년 그 숫자는 233개에 달했다.
미국 ETF는 이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 ETF시장에서 부상하는 주제가 곧 글로벌 금융시장의 트렌드로 이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를 파악한 개인투자자들도 미국 ETF시장에 뛰어들면서 ETF시장의 성장 속도가 더 빨라지고 있다.
ESG, 신재생, 액티브
ETF가 미래산업의 판도를 미리 반영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ESG다. 리서치회사 ETFGI에 따르면 2002년 첫 ESG ETF가 출시된 이후 2013년까지 50여 개 수준을 유지했다. 2016년부터 ESG ETF 상품 수는 급증하기 시작했다. 2016년 133개, 2018년 233개에서 작년에는 497개로 늘었다. 운용자산(AUM)도 2018년 240억달러에서 작년 말 1870억달러로 증가했다. 미국 내 ESG 운용 규모는 12조달러에서 17조달러로 42% 늘었다.
황우택 한국투자신탁운용 차장은 “ESG 투자 수익률이 시장지수보다 낮은 상황에서도 ETF가 꾸준히 출시된 덕에 ESG가 주요 투자 트렌드로 자리잡을 수 있었다”며 “ETF에서 시작된 ESG 투자 바람이 전체 ESG 투자 규모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년에는 코로나19로 사회가 급변하자 친환경, 고령화, 재택근무 등 투자자가 원하는 미래 생활에 베팅할 수 있는 테마형 ETF가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Invesco Solar ETF(TAN·234%), Invesco WilderHill Clean Energy ETF(PBW·205%), First Trust NASDAQ Clean Edge(QCLN·184%) 등 친환경 ETF는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과 함께 작년 한 해 연간수익률 최상위권에 오르며 자금을 끌어모았다. 재택근무 관련주를 편입한 Direxion Work From Home ETF(WFH), ‘홈코노미’ 관련주를 담은 Emles @Home ETF(LIV), 질병 예방 및 치료 작업을 수행하는 기업을 포함한 Pacer BioThreat Strategy ETF(VIRS) 등 각종 테마형 ETF는 모두 지난해 출시된 상품이다.
작년 하반기에는 성장주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가 관심을 끌었다. ARK Genomic Revolution ETF(ARKG·181%), ARK Next Generation Internet ETF(ARKW·157%), ARK Innovation ETF(ARKK·153%) 등 미국 아크인베스트의 액티브 ETF들은 연수익률 100%를 넘겼고, 액티브 ETF 중 자금 유입 상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도 관련 상품 잇따라
미국에서 테마형 ETF로 돈이 몰리자 국내에서도 관련 상품이 쏟아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9월 이후 상장된 ETF 27개 중 22개가 테마형 ETF다. 수소(KBSTAR Fn수소경제), 5세대(5G) 통신(HANARO Fn5G산업, KBSTAR Fn5G테크), 뉴딜(TIGER KRX BBIG K-뉴딜, KODEX Fn K-뉴딜디지털플러스 등), 중국 기술기업(KODEX 차이나항셍테크, TIGER 차이나전기차SOLACTIVE 등) 등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되는 ETF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액티브 ETF가 미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국내에서도 주식형 액티브 ETF가 새로 출시됐다. 지난해 9월 말 TIGER AI코리아그로스액티브, KODEX 혁신기술테마액티브 ETF 출시에 이어 12월 말 KODEX K-이노베이션액티브 ETF까지 시장에 나왔다. 박수민 신영증권 연구원은 “‘ETF는 특정 지수를 단순히 따라가는 패시브 상품’이라는 통념이 깨지고 있다”며 “액티브 펀드를 운용하던 자산운용사들이 올해 액티브 ETF 시장 진입을 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올해 트렌드는?
미국에서 액티브 ETF 열풍은 계속되고 있다. 올해 신규 상장된 83개의 ETF 중 액티브 ETF가 38개(45.8%)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시장중립형(16개), 패시브(15개)가 뒤를 이었다. 이 가운데 ‘투자 심리’를 활용한 액티브 ETF에 대한 관심이 높다. 지난달 2일 설정된 VanEck Vectors Social Sentiment ETF(BUZZ)는 빅데이터와 인공지능을 활용해 SNS, 뉴스, 블로그 등에서 긍정적으로 언급된 기업을 찾아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한 달 만에 3억5500만달러(약 4000억원)를 모았다. 미국 운용사 콜라보티브 인베스트먼트 시리즈 트러스트도 지난달 중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FOMO라는 액티브 ETF의 상장 신고서를 제출했다. ‘뒤처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나타내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에서 이름을 딴 이 ETF는 개별 종목,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레버리지·인버스 ETF 등 급격하게 자금이 몰리는 모든 자산을 투자 대상으로 삼는 것이 특징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