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5일 마지막 TV 토론회에서 맞붙었다. 두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재건축·재개발, 공공주택 공급 공약 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오 후보 처가의 서울 내곡동 땅 의혹을 둘러싼 네거티브 공방도 재연됐다. 박 후보는 “거짓말을 반복하는 후보를 서울시장으로 뽑을 수 없다”고 몰아세웠지만, 오 후보는 “근거 없는 흑색선전”이라며 전면 부인했다.
오 후보가 부동산 가격 급등 등 ‘정권 심판론’을 내세우며 포문을 열었다. 오 후보는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 아파트 공시가격 지수가 72%나 올랐다”며 “9억원 이하 아파트 공시가격 인상률을 10%로 제한하겠다는 박 후보의 정책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는 “공시가격 10% 제한 공약은 오는 6월 열리는 국회에서 당과 논의해 법 개정을 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런 일은 오 후보가 아니라 저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받아쳤다. 오 후보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서 반성할 지점은 없느냐”고 묻자 박 후보는 “급증하는 1인 가구를 공급이 쫓아가지 못한 부분은 반성해야 한다”고 한발 물러서기도 했다. 전·월세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 등을 담은 ‘임대차 3법 논란’에 대해서도 박 후보는 “개혁 과정에서 일시적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부분은 놓쳤다”고 덧붙였다.
두 후보는 상대방 후보가 내세운 부동산 공약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따지며 날선 공방을 이어갔다. 박 후보는 “오 후보 공약대로 재개발·재건축 사업에서 정비지수제가 폐지되면 임차인 등 주민 동의 절차가 생략돼 2009년과 같은 용산 참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다”며 “오세훈식 재개발·재건축은 기득권에만 이득이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오 후보는 “그분(김효수)을 유리한 방향으로 증언시키려고 해도 잘 안 되니까 아마 오세훈 사람으로 규정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오 후보는 2005년 6월 내곡동 땅 측량 현장 참석 논란에 대해서도 “측량 최초 신청일은 제가 서울시장에 취임하기도 전인 2006년 3월이었다”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가 ‘시장이 되기 전에 현장에 간 게 무슨 이해충돌이냐’고 하신 말씀도 존중해달라”고 강조했다. 이 전 대표도 “민주당의 공세가 의혹의 본질과 관련 없다”는 오 후보 측 논리를 지지했다는 의미다. 오 후보는 오히려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서울시장 후보를 공천한 것을 두고 “박 후보가 거짓말의 본체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는데 규정까지 바꿔가면서 나온 것 자체가 (거짓말)”이라고 비난했다.
박 후보는 오 후보의 캠프 비서실장을 맡고 있는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조정실장이 과거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에 연루됐다는 점을 들추기도 했다.
이날 토론에선 사회자 요청으로 두 후보가 서로를 칭찬하는 시간도 가졌다. 박 후보는 오 후보에 대해 “방송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언변이 뛰어나시다”며 “패션감각도 다른 분보다 뛰어나시다”고 칭찬했다. 오 후보는 박 후보에 대해 “박 후보는 유리 천장을 돌파하시고 4선 의원에 장관을 지내시고 서울시장직까지 도전하고 있다”며 “많은 젊은 여성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커리어우먼 사례”라고 치켜세웠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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