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인구가 처음으로 줄어든 것처럼 중국도 5년 내에 인구 감소를 겪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구의 20%가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에 한국이 2025년, 중국은 2033년 각각 진입할 전망이다. 한국과 달리 선진국에 들어가기도 전에 노인 국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무원은 ‘1년에 몇 개월씩 또는 몇 달마다 1개월씩의 점진적 연장’이라는 원칙을 내놓고 여론을 살피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정부 목표인 남녀 공통 정년 65세를 달성하려면 적어도 10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노동가능인구가 이미 1년에 300만 명씩 줄어들고 있는 중국이 정년 연장에 이렇게 긴 경과 기간을 두는 건 국민의 반발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반대하는 대표적인 이유는 역시 청년실업이다. 중국은 공식 실업률이 5%를 웃돌 정도로 일자리가 부족하다. 섣부른 정년 연장이 대규모 청년실업을 낳는다는 건 이웃 한국에서 실증해준 터다. 정년 연장으로 실질적 혜택을 보는 공무원이나 공기업, 대기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정년 연장이 출산율을 더 떨어뜨릴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중국의 젊은 부부들은 주거비와 교육비 부담에 아이를 부모에게 맡기고 맞벌이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모 세대가 일을 더 해야 한다면 아이를 길러줄 사람이 없어 낳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는 것이다. 푸단대 경제대학원은 부모가 손주를 봐주면 출산율이 6~9%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고령화와 연금 고갈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정년 연장 방안의 검토 시기를 정권 말인 내년으로 미뤄버렸다. 중국처럼 활발한 문제 제기를 통해 개선점을 찾을 수 있는 공론화의 장을 닫아버린 것이다.
중국과 또 다른 점은 한국에선 노동계가 앞장서서 정년 연장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무 부담은 적고, 정년은 당연히 보장되는 ‘철밥통’이 아니라면 일을 더 하겠다는 주장을 이렇게 쉽게 할 수 있을까 싶다. 걱정되는 건 정권 재창출이 아쉬운 현 정권이 노동계 요구를 또 덜컥 들어주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정년 연장은 각계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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