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첫 여성 선장이 수에즈운하 선박 좌초 사고가 자신 때문이라는 소문에 휘말려 곤욕을 치른 사연이 알려졌다.
BBC방송은 4일(현지시간) 이집트의 첫 여성 선장 마르와 엘셀레흐다(29)가 수에즈운하 사고 당시 가짜뉴스에 휘말렸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과학기술해양교통대(AASTM)를 졸업하고 일등항해사로 일하고 있는 엘셀레흐다는 수에즈운하에서 컨테이너선 '에버 기븐호'가 좌초한 것이 본인 때문이라는 가짜뉴스를 접했다.
사고 당시 그는 수에즈 운하에서 멀찍이 떨어진 알렉산드리아 인근 지중해에서 해상 안전 지도선 일등항해사로 일하고 있었다.
앞서 아랍 뉴스는 이집트에서 첫 여성 선장이 되기 위해 관련 코스를 밟고 있는 엘셀레흐다의 성공 스토리를 보도한 바 있는데, 누군가 이 기사를 왜곡해 그녀를 에버기븐호 사고의 주범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문제가 불거지자 아랍 뉴스는 지난달 28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유포된 기사가 가짜뉴스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엘셀레흐다는 아랍권 국제기구인 아랍연맹(AL)이 운영하는 AASTM을 졸업한 첫 이집트 여성이다. 당시 이 대학은 여성 지원자를 받지 않았지만, 엘셀레흐다는 호스니 무바라크 당시 대통령에게 남자들에게만 AASTM을 개방하는 것을 재고해달라는 편지를 보낸 뒤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엘셀레흐다는 인터뷰에서 "배에 타면 모두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나이 든 남자들 뿐이었다"며 "정신 건강에 영향을 받지 않은 채 이런 상황을 극복하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수에즈 운하 사고와 관련한 가짜 뉴스가 자신의 경력에 해를 끼치지 않을까 우려했다고도 말했다. 그는 "영어로 된 가짜뉴스는 다른 나라에도 퍼졌다"며 "이것이 나의 명성과 노력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엘셀레흐다는 다음 달에 정식 선장이 되기 위한 시험을 치른다. 그는 "해운업에 종사하려는 여성들에게 내가 줄 수 있는 메시지는 사랑하는 일을 위해 그리고 부정적인 요소들이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싸우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경 한경닷컴 기자 capital@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