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듯했던 ‘골든보이’ 조던 스피스(28·미국)가 부활했다. 고향인 미국 텍사스에서 1351일간의 침묵을 깼다. 5일(한국시간)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의 TPC 샌안토니오 오크스 코스(파72)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발레로 텍사스오픈(총상금 770만달러) 최종 라운드에서다. 버디 7개와 보기 1개를 묶어 6언더파 66타를 친 그는 나흘 합계 18언더파 270타를 기록해 우승했다. 상금은 138만6000달러(약 15억6000만원). 스피스는 “기념비적인 우승”이라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통산 12승째. 만 28세 이전에 투어 12승을 기록한 건 지금까지 필 미컬슨, 타이거 우즈, 저스틴 토머스(이상 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 4명뿐이다. 스피스는 “다시는 정상에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며 “그래서 이번 우승이 그 어느 때보다도 특별하다”고 털어놨다.
스피스는 데뷔 3년 만인 2015년 마스터스와 US오픈을 제패하며 우즈를 이을 ‘차세대 황제’로 불렸다. 그랬던 그가 급격히 추락한 가장 큰 원인은 손목 부상이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 슬럼프와 관련해 “손목 통증을 줄이기 위해 그립과 스윙에 보상 동작을 하다 보니 스윙이 망가졌다”고 고백했다. 칼을 대지 않기 위해 노력한 게 긴 부진으로 이어진 셈이다.
부진이 길어지면서 1위였던 세계랭킹도 한때 92위까지 밀렸다. 스피스는 절실했다. 12세 때부터 함께한 캐머런 맥코믹 코치에게 양해를 구하고 다른 코치에게 조언을 얻을 정도였다. 스피스는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긍정적인 생각을 했고 세계 최고 수준의 도움을 받아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최종 라운드 시작과 함께 2번홀(파5)과 3번홀(파3)에서 연속 버디를 낚아챘다. 4번홀(파4)에서 보기 실수가 나왔으나 남은 홀에서 버디 5개를 더 추가해 추격자들을 따돌렸다. 미국 골프위크는 “스피스가 전성기 때의 모습으로 경기했다”고 전했다.
그의 장기인 쇼트 게임도 완벽히 살아났다. 이번 대회 기간 페어웨이 안착률이 51.79%(29/56), 그린 적중률이 58.33%(42/72)로 좋지 않았으나 이를 그린 주변 쇼트게임과 퍼팅으로 만회했다.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공을 올렸을 때 1.524타로 전체 1위였다. 특히 최종 라운드에선 11개 홀을 퍼팅 한 번으로 마쳤다.
스피스를 마지막까지 압박한 찰리 호프먼(45·미국)은 합계 16언더파로 준우승을 차지했다. 2016년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던 호프먼은 “스피스를 압박했지만 부족했다”며 “오늘 승자는 스피스”라고 말했다.
김시우(26)는 합계 4언더파 공동 23위로 마스터스 전초전을 마쳤다. 이날 1타를 줄인 이경훈(30)도 합계 4언더파로 김시우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2타를 줄인 ‘탱크’ 최경주(51)는 3언더파 공동 30위에 올랐다. 노승열(30)은 이븐파 공동 54위, 강성훈(34)은 1오버파 공동 59위를 기록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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