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만난 김기옥 제놀루션 대표(사진)는 이 회사가 지난해 1년 만에 21배 매출을 늘린 ‘바이오업계 신데렐라’가 될 수 있었던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 대표는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554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린 성과를 인정받아 한국무역협회·한국경제신문사가 선정한 ‘제135회 한국을 빛낸 이달의 무역인’에 뽑혔다.
제놀루션 장비는 사람의 코 안에서 채취한 샘플을 토대로 시약을 넣어 핵산을 추출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분대에 가능하도록 했다. 빠른 검사 결과가 필요한 코로나19 의료진으로선 안성맞춤이었던 셈이다.
2006년 설립된 제놀루션은 본래 항암·항바이러스 치료제를 생산하는 게 주력 목표였다. 그러나 작은 기업 특성상 연구개발(R&D)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한계가 있다는 걸 인지하고 2010년부터 분자진단을 위한 유전물질 추출·검출 자동화 플랫폼 개발에 들어갔다.
4년간의 개발을 거쳐 2013년 선보인 제놀루션 플랫폼은 기존 제품보다 검사 기간이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정확도가 떨어지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김 대표는 “하나부터 열까지 자체 기술로 제작해 해외에 비해 제작 가격을 절반가량 낮췄을 뿐만 아니라 RNA·DNA의 핵산 추출에 걸리는 시간을 기존 1~3시간에서 15분 수준으로 대폭 줄였다”고 설명했다.
출시 직후 업계 반응은 미지근했다. 일부 병원 및 연구소에서 결핵·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용 등으로 구입했지만 눈에 띄게 수요가 늘어난 건 아니었다. 제놀루션은 2019년 매출 39억5000만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상황이 급변한 건 지난해 초부터다. 코로나19가 세계를 휩쓸면서 감염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분자진단 장비 확보에 전 세계가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의료기관마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을 검사하니 핵산을 빨리 뽑을 수 있는 장비가 매우 중요해졌다. 제놀루션에 이목이 쏠리기 시작한 배경이다.
갑작스럽게 주문이 늘어나자 제놀루션은 밤을 새며 증가하는 생산량에 대응했다.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용 핵산 추출기기 부문에서 제놀루션 점유율은 70%에 육박했다. 해외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중국과 유럽, 중동 등에서 줄줄이 주문이 밀려들었다. 그 결과 제놀루션의 지난해 해외 매출은 전년보다 34배 급증했다. 전체 매출도 전년 대비 21배 늘어난 850억원을 달성했다. 올해에도 콜롬비아 이탈리아 중국 등에 추가 공급이 예정돼 있다.
최근에는 염기서열분석(NGS) 기반 질병검진 솔루션을 선보였고, 각종 유전체검사 장비 개발도 진행 중이다. 2019년 28명이던 직원은 생산량 급증과 연구인력 보강에 따라 최근 60여 명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분자 추출·분석 과정 전반을 자동화한 플랫폼도 개발 중”이라고 했다.
윤희은 기자 s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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