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3월29일까지 경기도 규제지역 아파트값이 5% 이상 오른 곳은 안양, 군포, 의왕, 안산, 시흥, 남양주, 고양, 양주, 의정부 등이다. 그동안 집값 상승에서 소외됐던 서남부권과 동북부권에 집중됐다. 개발호재와 교통망 확충 등에 힘입어 저가매수세가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
상승률이 가장 가파른 지역은 의왕이다. 연초대비 11.93% 올라 전국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중이다. 지난해 같은기간 누적 상승률(3.90%)을 두 배 이상 웃돌고 있다. 인기 있는 중형 아파트들을 올해들어 매매가가 10억원 돌파했다. 내손동 A공인중개사는 "서울과 가까운 내손동, 포일동, 청계동 등에서 나오는 전용 84㎡ 매물이 귀하다"며 "지난달부터 매물이 점점 잠기고 있다"고 말했다.
의왕 아파트가 주목받은 건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한 몫을 했다. 홍 부총리가 보유하고 있다가 작년 8월 9억2000만원에 팔아치운 내손동 '의왕내손e편한세상'(2422가구)은 올들어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홍 부총리가 매도한 전용 97㎡는 지난 1월 10억9000만원에 매매돼 5개월 만에 8000만원이 오른 셈이 됐다. 최근에는 매물이 없는 상태다. 단지에서 비율이 높고 거래가 활발한 전용 84㎡다. 일찌감치 '10억 클럽'에 가입했다. 지난 2월 10억5000만원(11층)에 거래가 성사됐고, 매물 중 남향에 중층이상은 11억~12억원대에 나와있다.
이 단지와 인접한 포일자이(2540가구) 역시 지난 2월 10억9000만원(17층)에 전용 84㎡가 거래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다. 작년 9~10월까지만해도 8억원대에 매매됐지만, 서울에서 젊은층들이 매수에 나서면서 연말부터 본격적으로 집값이 올랐다는 데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실제 이 단지는 전용 84㎡의 거래량이 매달 5건 안팎이었지만, 작년 12월에는 14건의 계약이 체결됐다. 그러더니 올해 1월부터 10억원대 계약이 터지기 시작했다.
이 단지를 주로 매매하는 Y공인중개사는 "전용 84㎡ 매물은 11억5000만~12억원대"라며 "서울, 과천 등에서 사려는 분들이 84㎡는 당연하고 40평대 이상의 중대형까지 폭넓게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천지식정보타운과 가까운 포일동 숲속마을의 매매가도 고공행진이다. 전용 84㎡의 매매가가 올해들어 일제히 10억원을 돌파했다.
지역 내에서나 외지에서 매수자들은 '새 아파트'를 원하지만, 집주인들은 매물 내놓기를 꺼리다보니 몸값만 높아지고 있다. 공급은 많았다고 하지만, 거래가 가능하면서 시장에 풀리는 물량이 적다보니 결국엔 '공급 부족으로 인한 매매가 상승'의 고리로 이어지고 있다.
2019년 11월 입주한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는 작년 초 분양권이 11억9010만원에 거래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작년 4월 이후 1년 가량 매매거래가 아예 없다. 1774가구의 아파트에서 나와있는 매물은 고작 2개 뿐이다. 매도호가가 16억~17억원대다.
오는 6월 입주하는 오전동 의왕더샵캐슬(941가구) 역시 지난 2월 8억6150만원에 분양권이 거래된 이후 매매가 없다. 주변에 나와있는 분양권은 10여개 정도다. 전용 84㎡의 분양권 가격은 12억원까지 호가가 나와있는데, 분양가를 감안하면 두 배 이상인 6억원 넘게 웃돈이 붙었다.오전동의 B공인중개사는 "전월세집은 많지만 매매물량은 거의 없다"며 "매수자가 적극적으로 나온다 싶으면 매물을 거두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안양 호계동에 살고 있는 문모씨는 "예전에는 의왕은 안양과 수원 사이의 작은 도시정도였는데, 이제는 안양과 집값이 비슷한 수준까지 올랐다"며 "서울은 하락도 한다는데 이 일대에서는 전셋값도 오르고 있어 세입자들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의왕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들어 4.67% 올랐다. 인덕원푸르지오엘센트로의 전세가는 7억원을 웃돌아 입주당시인 작년초보다 2억원 이상 상승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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