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의 대한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의약 분야 건강보험 보장성을 더 늘릴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홍 회장은 지난 2일 2만7000명 한의사를 대표하는 한의사협회장에 취임했다. 서울 성동구에서 우리한의원을 운영하는 그는 한의사협회 부회장, 서울시한의사회장 등을 지냈다.
서울 중앙고, 연세대 생화학과를 졸업한 그는 1996년 가천대 한의대에 입학해 한의사가 됐다. 27세에 진로를 바꿔 다시 신입생 생활을 했다. 그는 “생화학과 재학 당시 담당 교수의 영향으로 더덕과 인삼의 사포닌 효능을 분석하는 연구를 했다”며 “이를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자는 생각에 한의대에 재입학하게 됐다”고 했다. 진료보다 연구에 관심이 많던 그의 진로를 바꾼 것은 의료봉사였다. 홍 회장은 “한의대 본과 3학년 여름방학 때 양평에 의료지원을 갔는데 당시 환자로부터 받는 피드백이 참 좋았다”며 “이후 연구 말고 임상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했다.
환자를 치료하는 한의사가 되고 보니 한국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환자 치료를 위해 한의사가 하지 못하는 것이 여전히 많아서다. 홍 회장은 “물리치료용 저·중주파 의료기기 등은 한의원에서 사용하면 건강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다”며 “진단용 영상기기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한의원 진료의 건강보험 보장성이 확대되면 한의원 문턱도 낮아질 것”이라며 “양의사와 한의사 간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했다.
한의사에 대한 이미지를 바꾸고 세계에 한의약을 알리는 것도 중요한 과제로 꼽았다. 그는 “의사·한의사 간 갈등은 결국 밥그릇 싸움”이라며 “문제는 이 때문에 국민들이 피해를 본다는 것”이라고 했다. 대립보다는 협력을 통해 해결 가능한 문제부터 풀어나가겠다는 의미다. 의료 시스템이 잘 갖춰지지 않은 국가의 해외 공관·문화원 등에 한의사를 파견하고 현지화해 ‘K메디신(medicine)’의 저변을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보건복지부는 국내 의료인력 수급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장기적으로 한의대 정원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홍 회장은 이는 옳지 않다고 했다. 그는 “한의사가 충분히 배출되고 이들의 영역이 확대되는 게 중요하다”며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만드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시행하는 반값한약(첩약 건강보험) 정책도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의사는 국민들의 건강상태를 종합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는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료인”이라며 “환자가 아플 때 언제든 쉽게 찾는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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