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슬 외길 40년…씨앤씨 '2000억 잭팟'

입력 2021-04-07 17:51   수정 2021-04-08 18:33

“펜슬 하나만 잘 만들어도 세계 1등이 될 수 있다.”

색조화장품 전문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의 창업자 배은철 대표(사진)는 1997년 창업하면서 이렇게 결심했다.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한 지 16년 만의 일이다. 그는 마흔한 살에 눈 화장에 사용하는 연필 형태의 아이라이너(젤 펜슬) 하나를 들고 회사를 차렸다. 당시 색조화장품 시장은 립스틱과 아이섀도가 점령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젤 펜슬이 색조 화장품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배 대표는 판단했다.

그가 개발한 젤 펜슬은 K뷰티 붐을 타고 세계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설립 13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국내 1위 포인트 메이크업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펜슬 하나로 색조까지 정복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배 대표는 2000억원대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면 지분 100%를 가진 창업자 일가의 지분 가치는 약 2100억원에 이른다. 펜슬 외길을 걸어온 지 40년 만이다.

배 대표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펜슬은 대기업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색상과 제형이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교체 주기도 길어 화장품회사들은 투자하기를 꺼렸다. 배 대표는 여기에 주목했다. 대기업이 개발하지 않는 분야에서 1등이 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 대표는 물과 땀에 지워지지 않고 장시간 유지되는 방수 기술 등을 연구했다. 부드럽게 발리면서도 선이 얇게 표현되는 제형도 개발했다. 다양한 색상을 넣은 신제품도 내놨다. 기존 제품은 눈썹과 아이라인을 그리는 데 최적화돼 검정 갈색뿐이었다. 배 대표가 내놓은 젤 펜슬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LVMH 등 글로벌 명품 화장품회사에서도 찾아왔다.

현재 주요 고객은 스타일난다, 아모레퍼시픽, 클리오 등 100여 곳이다.
글로벌 색조화장품 회사로 도약
씨앤씨인터내셔널은 2013년부터 립스틱 립틴트 등으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매출이 급성장했다. 매출은 2013년 136억원에서 2020년 896억원으로 7년 만에 7배 가까이 증가했다. 대표 제품인 스타일난다의 ‘3CE 벨벳 립틴트’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600만 개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44억원으로 창사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회사 측은 이번 공모로 148만 주를 모집한다.

이 회사는 오는 28~2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하고 다음달 3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희망 공모가는 3만5000~4만75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다음달 6~7일 일반청약을 받고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배 대표는 “공모 자금을 중국 공장과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화장품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글로벌 색조화장품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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