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조화장품 전문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의 창업자 배은철 대표(사진)는 1997년 창업하면서 이렇게 결심했다. 서울공고를 졸업하고 태평양(현 아모레퍼시픽)에서 일한 지 16년 만의 일이다. 그는 마흔한 살에 눈 화장에 사용하는 연필 형태의 아이라이너(젤 펜슬) 하나를 들고 회사를 차렸다. 당시 색조화장품 시장은 립스틱과 아이섀도가 점령하고 있었다. 언젠가는 젤 펜슬이 색조 화장품의 대세가 될 것이라고 배 대표는 판단했다.
그가 개발한 젤 펜슬은 K뷰티 붐을 타고 세계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설립 13년 만에 연매출 1000억원을 바라보는 국내 1위 포인트 메이크업 전문회사로 성장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다음달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창업자인 배 대표는 2000억원대 주식 부자 반열에 오르게 됐다. 공모가가 상단에서 결정되면 지분 100%를 가진 창업자 일가의 지분 가치는 약 2100억원에 이른다. 펜슬 외길을 걸어온 지 40년 만이다.
배 대표가 창업할 당시만 해도 펜슬은 대기업들이 크게 주목하지 않았다. 색상과 제형이 다양하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교체 주기도 길어 화장품회사들은 투자하기를 꺼렸다. 배 대표는 여기에 주목했다. 대기업이 개발하지 않는 분야에서 1등이 되면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배 대표는 물과 땀에 지워지지 않고 장시간 유지되는 방수 기술 등을 연구했다. 부드럽게 발리면서도 선이 얇게 표현되는 제형도 개발했다. 다양한 색상을 넣은 신제품도 내놨다. 기존 제품은 눈썹과 아이라인을 그리는 데 최적화돼 검정 갈색뿐이었다. 배 대표가 내놓은 젤 펜슬은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로레알, 에스티로더, LVMH 등 글로벌 명품 화장품회사에서도 찾아왔다.
현재 주요 고객은 스타일난다, 아모레퍼시픽, 클리오 등 100여 곳이다.
이 회사는 오는 28~29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하고 다음달 3일 공모가를 확정한다. 희망 공모가는 3만5000~4만7500원으로 제시했다. 공모가가 확정되면 다음달 6~7일 일반청약을 받고 코스닥시장에 상장하게 된다. 주관사는 NH투자증권이다.
배 대표는 “공모 자금을 중국 공장과 생산 설비 증설에 투자할 계획”이라며 “화장품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글로벌 색조화장품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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