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재·보궐선거는 투표율 측면에서 ‘역대급 선거’로 기록될 전망이다. 7일 오후 6시 현재 전국 투표율은 50.6%로 50%를 넘어섰다. 투표 열기가 뜨거웠던 것은 내년 대통령선거를 1년 앞두고 여야 간 전초전 양상을 보였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조국 사태’ 등으로 여당에 등을 돌린 2030세대가 투표장에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선거 막판 더불어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투표율이 더욱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보궐선거 참여 열기가 뜨거울 것이란 건 지난 2~3일 치러진 사전투표를 통해 어느 정도 예견됐다. 사전투표율은 역대 재·보궐선거 사전투표 가운데 최고치(20.5%)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투표율이 높아진 원인으로 2030세대의 투표 참여가 눈에 띄게 늘어난 점을 꼽았다. 장·노년층은 원래 투표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전체 투표율을 높이려면 투표율이 낮았던 2030세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2030세대는 전통적으로 현 여권 지지세력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야권의 주된 지지층으로 급부상했다. 2030세대의 투표 참여 열기가 이번 선거뿐 아니라 1년 뒤 대선을 판가름할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7일 투표소에 나와 한 표를 행사한 2030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일자리 실정(失政)을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서울 흑석동 흑석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30대 남성 이모씨는 “오 후보가 마음에 들진 않지만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보고 일방적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에 오 후보를 택했다”고 말했다.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박주민 민주당 의원 등 여권 고위인사들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에 대한 반감이 젊은 세대를 투표장으로 이끌었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박 후보의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구로을)가 속해 있는 구로구는 투표율이 51.3%로 전체 평균을 밑돌았다. 여당의 전통적 표밭이었던 관악구와 금천구, 은평구 강북구 등도 투표율이 저조했다.
전반적으로 투표율이 상승한 것은 선거 막판 위기감을 느낀 진보층이 결집한 데 따른 것이란 분석도 나왔다. 여당 일각에서 주장하는 이른바 ‘샤이(숨은) 진보론’이다. 선거 막판까지 오 후보의 내곡동 땅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하면서 ‘거짓말 프레임’으로 몰아넣은 게 효과를 나타냈다는 얘기다.
이날 흑석초등학교 투표소에서 만난 50대 여성 김모씨는 “개인 이익보단 정직함을 우선시하는 후보에 투표했다”며 “집값은 아무리 정책 방향이 좋아도 단기간 잡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오형주/성상훈 기자 ohj@hankyung.com
관련뉴스